[기고] 미국의 사법심사와 WTO 분쟁해결절차

[기고] 미국의 사법심사와 WTO 분쟁해결절차

  • 철강
  • 승인 2017.10.11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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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정리=곽정원 jwkwak@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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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전문위원 김성우 (전 한국철강협회 이사)

  트럼프행정부의 국내산업 보호움직임이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4월 태양광모듈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조치 피해판정에 이어 이번에는 세탁기에 대해서 국제무역위원회(ITC: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가 4:0 전원일치 긍정판정을 내렸다.

  ITC는 수입으로 인한 국내산업 피해여부를 조사하는 대통령 직속의 준 사법기관이다. 따라서 트럼프대통령의 미국우선주의정책이 지속되는 한 ITC의 긍정판정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더구나 현재 4명의 위원 가운데 공화당 소속위원은 1명뿐이나 상원에서 심의중인 2명의 위원(공화당)이 충원되면 동 사건들에 대한 세이프가드 권장은 거의 확정적이다.

  ITC 말고도 USTR과의 한·미FTA 개정문제와 상무부의 232조 수입규제는 화급을 다투는 현안이다. 이런 내용들은 대통령의 대외정책권한에 따라 취해지는 만큼 정치적 성향이 강하다. 그래서 국내법으로는 다투기 어렵다. 사법부가 대통령의 대외정책권한 내용에 대해서는 사법심사를 하지 않는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Banco National de Cuba v. Sabbatino, 1964). 따라서 우리로서는 문제가 있을 경우 WTO 분쟁해결기구를 통한 구제조치를 모색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법령에 근거하는 행정청 판단이 주관적일 경우에는 사법심사를 적극 모색할 수 있다. 주로 반덤핑이나 보조금조사와 관련된 사법심사는 상무부나 ITC의 결정이 실질적 증거를 근거로 이루어졌는지의 여부를 심사하는데, 1심에서는 국제무역법원(CIT: Court of International Trade)소송을 통하여 구제조치를 모색할 수 있다.

   또는 WTO분쟁해결기구(DSB: Dispute Settlement Body)를 통한 미국의 시정도 가능하나, 사안에 따라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으며(최장 2년2개월) 결정의 소급효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약점이 있다.   

  최근 유정용강관과 판재류에 적용했던 불리한 추론이나 특별시장상황에 대해 우리 업계는 CIT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적근거를 이유로 미 상무부의 적용사례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불리한 추론’이란 수출자가 조사에 비협조적일 경우 조사당국이 적용할 수 있는 주관적 정당화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법적근거는 WTO 반덤핑협정(부칙2) 이나 보조금상계조치협정(제12.7조) 및 1930년 미 관세법 제776조 b항에서 인정된다.

  즉, ‘최선의 노력을 다해 조사에 응하지 않아 비협조적’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불리하게 추론할 수 있으며 2015년 무역특혜연장법(TPEA: Trade Preferences Extension Act of 2015)을 통하여 달리 가용한 최고마진을 부과할 수 있도록 개정하였다.

  결국 쟁점은 수출자의 조사참여 사정으로 보아 어디까지 용인될 수 있느냐 인데, 비협조적 태도가 의도적인지, 반사적인지 아니면 추상적인지 실질적인지 등에 따라서 위법여부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특별시장상황(PMS: Particular Market Situations)’ 역시 우리 업계의 철강수출에 상당한 파급이 우려된다. 이것은  WTO반덤핑협정상 정상가격결정시 적용할 수 있는데(제2.2조), 제3국 수출가격 또는 구성가격을 정상가격으로 대체할 수 있다.

  그러나 ‘특별시장상황’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다보니, 회원국들은 이를 비시장경제권(NME: Non-market Economies)으로 유추해석 해왔다(제2.2.1.1조). 미국의 경우, 1930년 관세법상 정상가격 결정시 법률요건으로서 ‘대미수출물량의 5%이상이 수출국시장에서 소비되었는지’ 그리고 ‘특수한 관계자와의 거래였는지’ 등 2가지 판단기준을 규정화(제773조a항)하였으나, TPEA를 통하여 PMS요건을 정상가격 결정의 법률요건에 추가하였다.

  이는 NME에만 적용해 오던 PMS요건의 보편화를 의미한다. 즉, PMS요건은 이제 NME 뿐만 아니라 시장경제국(ME: Market Economies)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따라서 정상가격 결정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이 종래의 합리적(Reasonable) 여부에 있었다면 향후에는 원가의 정확성(Accurateness) 여부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게다가 PMS요건은 상공정보조금(Upstream Subsidies)이슈에도 개입될 것으로 우려된다. 상공정보조금은 종전에는 수출국 영역 내에서만 적용되던 개념이었으나 이제는 2개국 이상의 국가간에도 인정되는 분위기이다.

  그럴 경우, 중국이나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산 수입소재가 투입된 최종제품을 미국 등에 수출하는 단압업계나 가공업체들을 대상으로 투입재의 상공정보조금 혐의가 존재할 경우, 이를 PMS상황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예컨대, 수입산 투입재(Input)에 대한 보조금 부과사례를 참조하여 제3국 가격(Surrogate Price)을 정상가격으로 결정하거나 상공정보조금을 전가(Transfer)시키는 사례가 증가할 수 있어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불공정무역조사는 사법과 공법이 혼합된 영역이다. 사인간의 수출입행위는 사법적 영역이나 소송이 제기되면 강행규정이 적용되는 공법영역이 된다.

  그러나 사실관계 조사가 주로 수출국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수입국 정부의 관할권 행사에 제한이 따른다. 이는 수출국 이해당사자 협조 없이는 조사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수출국 이해당사자가 제시하는 증거자료는 사실에 근거하여야 하며, 조사당국의 판단은 정당성을 가져야 한다.

  이때의 정당성은 이해당사자가 제출한 증거를 근거로 한 객관적 관찰과 합리적 증명을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수출국의 자료제출에 틈이 보이면 비협조로 몰아 불리한 추론을 남용하고 중국산 소재를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특별시장상황을 마구 적용할까 우려된다.


본지 자문위원 김성우 전 한국철강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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