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전기료, 진실을 알려주마

산업용 전기료, 진실을 알려주마

  • 뿌리산업
  • 승인 2016.10.25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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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정수남 기자 snju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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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용 누진제 이슈, 산업용 요금합리화 외면
연중 7개월 할증·과한 기본료…중기,고사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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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이면 산업용 전기요금 겨울 할증이 시작된다. 내년 2월까지다. 3개월의 여름 할증이 끝난 지 2개월만에 찾아온 요금 할증으로 산업계, 이중에서도 뿌리업계, 이중에서도 열처리업계와 주조업계는 과도한 전기요금에 걱정에 한숨부터 나온다.
열처리 업계의 경우 전기료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30%∼35%, 주조 업계도 전체 원자재비용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15% 선으로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9월 국감을 기준으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의원들이 대거 산업용 전기요금에 대해 관심을 표명했다.

산자위원들은 한국금속열처리협동조합 주보원 이사장과 잇따라 만나고 산업용 전기요금 현황과 합리화 이유 등을 수렴했다.

본지가 산업용과 가정용 전기요금의 진실을 파헤쳤다.

열처리 업체는 공정 특성상 365일 기기를 가동해야 하기 때문에 매출에서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30∼35% 선이다. 세계 최대 규모인 삼흥열처리 생산 공정. 정수남 기자

25일 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실물경기를 총괄하는 산업통상자원부는 여름철과 겨울철 각각 2∼3개월 간을 전력수급 특별 대책기간으로 정하고 원활한 전력 수급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겨울철이 전력 수급 대책 기간으로 지정된 것은 2010년대 일이다.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로 국내외 유가가 급등했다. 이로 인해 종전 석유 난방을 적용하던 비닐하우스 등 농업용이 전기시설로 난방을 변경했다. 가정용 역시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에너지를 사용하는 장판과 난로 등으로 난방을 바꾸기 시작했다.

실제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여름 하루 최대 전력 수요는 8월 21일 6228.5만㎾에 예비율 7.2%였다. 그해 겨울 최고전력 수요는 2008년 1월 17일 6094.7만㎾에 예비율은 7.8%로 여름철 전력 수요가 많았다.

이후 기름값이 비싸지면서 2008년 여름 최대 전력 수요는 7월 15일 6279.4만㎾(9.1%), 겨울 최대 잔력 수요는 이듬해 1월 15일 6252.9만㎾(11%)로 수요 차가 크게 좁혀졌다.

같은 해 여름 최대 전력 수요는 8월 19일 6321.2만㎾(14.9%), 겨울은 이듬해 1월 13일 6896.3만㎾(6.9%)로 여름과 겨울의 전력 수요가 역전됐다.

이후 주춤하던 기름값이 2011년 유럽연합(EU) 일부 국가의 재정위기로 세계 경제가 더블딥(이중경기 침체)에 빠졌으나, 모순적으로 세계 유가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전기 사용을 부추겼다. 당시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배럴당 120달러로 종전 보다 2배 이상 급등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까지만 해도 여름철 전력수요가 겨울철 보다 많았다. 전력거래소 제공

2012년 실내등유 연평균 가격은 리터(ℓ)당 1394원으로 2년 전보다 43%(418원) 급상승하면서 역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를 많이 쓸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정부가 전기 사용량이 상대적으로 일정한 산업용에 대해 여름철 3개월과 겨울철 4개월 간 할증을 붙이는 이유다. 전기료를 비싸게 책정해 전력 사용을 줄이겠다는 복안인 것.

마찬가지로 정부는 가정용에도 누진제를 적용해 전기 사용을 억제하고 있다.

이는 한전이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른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중교통이 끊긴 밤늦은 귀가 길에 할증이 붙는다고 해서 택시를 안타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면서 “물건을 만들어 팔면서 이윤을 내는 제조업체 역시 전기료에 할증이 붙는다고 공장 가동을 멈추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전기요금 할증 기간도 문제다.

현재 한전은 산업용에 연중 7개월의 할증 기간을 적용하고 있으나, 초여름인 6월과 늦가을 11월, 늦겨울 혹은 이른 봄인 2월은 전력 사용량이 상대적으로 적다. 실제 전력거래소의 전력 사용 현황에 따르면 7월과 8월, 12월과 1월은 6월과 11월, 2월보다 사용량이 두드러진다.

주 이사장은 “전력거래소의 전력수급실적에 따르면 2, 6, 11월 전력사용은 비할증 기간인 봄, 가을과 유사하다”면서도 “뿌리업종에 할증요금을 부과하는 것은 불합리, 할증 요금 적용을 현행 7개월에서 4개월로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위기 이후 국내외 유가가 오르자 전기에너지를 사용하는 난방이 늘면서 겨울철 전력 사용량이 여름철 사용량을 추월했다. 2009년 8월 18일 여름철 최고 전력 사용량보다 겨울인 2010년 1월 13일 사용량이 더 많다.

주 이사장이 경영하는 밀양 삼흥열처리의 경우 지난해 7개월 간 모두 9억4,000만원을 할증요금으로 냈다. 이는 할증 비적용 요금 33억3,000만원의 28%에 해당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산업용에 대한 토요일 전기요금 적용 기준도 개선이 시급하다.

2004년 7월 국내에 주 5일제 근무가 본격 시행됐지만, 뿌리 업종 등 일부 제조업은 공정 특성을 고려해 주말에도 근무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열처리의 경우 제조기에 전원을 차단할 경우 제품에 불량이 발생하기 때문에 24시간 기기를 가동한다.

세계 최대 규모인 삼흥열처리도 12시간 2교대로 24시간 365일 제품을 생산한다.

이들 주말 특근자들은 추가 특근비로 평일 임금의 300%를 받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성대비 부담이다. 한전이 토요일과 공휴일 전기 요금을 소비·사치성 업종과 동일하게 산업용에 적용하기 때문이다.

“뿌리업종 등 제조업의 경우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고 있는 만큼 토요일과 공휴일 전기요금 역시 일요일과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주 이사장은 강조했다.

아울러 산업용 전기요금의 기본료 책정 기준도 변경돼야 한다.

한전은 현재 해당 제조공장의 최대 전력 사용을 기준으로 기본료를 정하고 있다. 산업용의 최대 전력수요를 기준으로 예비전력을 마련하는 등 원활한 전력 수급을 위해서라는 게 한전 측 설명이다.

이로 인해 산업계는 6, 7, 8, 11, 12, 1월을 제외하고 항상 과도한 전기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는 국내 전기 사용량의 57%를 산업용이 차지, 한전이 막대한 이윤을 남기고 있는 이유다.

실제 한전은 올 상반기 매출 28조9,608억원, 영업이익 6조3.098억원, 연결당기순이익 3조3,098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에 따라 산업용 전기 기본요금도 손질이 필요하고, 대기업이 사용하는 고압B와 C, 중소기업이 상용하는 고압A의 가격을 동일하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열처리 업계의 경우 공정 특성상 주말에도 근무하지만, 토요일 산정 기준이 일요일과 달라 전기요금이 부담이다. 한 근로자가 열처리로에 들어가는 단조품을 정열하고 있다.

열처리조합 이종길 전무는 “현재 기업용인 고압A와 B, C 중 대기업용은 더 저렴하다”면서 “이를 동일하게 적용할 경우 뿌리 업계에는 큰 혜택”이라고 말했다.

실제 고압A(하루 10만㎾ 사용 기준)를 사용하는 공장이 중간부하 요금(09시∼밤11시,109.1원)을 경부하 요금(23시∼09시,56.1원)으로 적용받는 경우, 해당 기업은 24시간 경부하 요금을 적용받아 하루 310만원(870만원→560만원)의 전기료 인하 혜택이 있다.

열처리조합 이종길 전무는 “현재 기업용인 고압A와 B, C 중 대기업용은 더 저렴하다”면서 “이를 동일하게 적용할 경우 뿌리 업계에는 큰 혜택”이라고 말했다.

실제 고압A(하루 10만㎾ 사용 기준)를 사용하는 공장이 중간부하 요금(09시∼밤11시,109.1원)을 경부하로 변경될 경우 경부하 요금(56.1원)을 적용받는다. 이 경우 이 기업은 24시간 경부하 요금을 적용받아 하루 310만원(870만원→560만원)의 전기료 인하 혜택이 있다.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로 인한 전기 요금 폭탄과 관련해서는 거품이 있다는 게 산업계 지적이다.

현재 1단계에서 6단계로 운영되는 누진제의 경우 1단계부터 3단계까지 사용자는 대부분 소득계층 하위에 포함된다. 누진제가 무서워 전기를 무분별하게 사용할 수 없을 뿐더러 전력 사용이 상대적으로 높은 에어컨 등이 없다는 게 이 전무 설명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높은 전력을 사용하는 3∼6단계 사용자들은 소득 상위 계층으로 20∼30만원의 전기요금이 크게 부담이 가지 않는다는 게 이 전무는 주장이다.

이 전무는 “전기 사용량인 많은, 많이 가진 사람이 전기요금을 다소 더 내는 것은 부담이 안된다”면서 “올해 8월 조합 한 회원사의 경우 6,000만원 매출에 4,000만원의 전기료를 냈다.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가 현행대로 지속될 경우 과도한 전기요금으로 문을 닫는 기업이 속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가정용 누진제의 경우 1단계(사용량 100㎾h 이하), 2단계(101~200㎾h), 3단계(201~300㎾h), 4단계(301~400㎾h), 5단계(401~500㎾h), 6단계(501㎾h 이상)로 나눠진다. 월 사용량이 500kWh를 초과하는 6단계 요금 단가는 100kWh 이하인 1단계보다 10배 이상 전기 요금을 더 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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