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韓 경제, 트럼프發 위기
뿌리 업계, 탈출구를 찾아라

[분석] 韓 경제, 트럼프發 위기
뿌리 업계, 탈출구를 찾아라

  • 뿌리산업
  • 승인 2016.11.25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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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정수남 기자 snju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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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무역 강화…車·철강·가전 등 연관 산업 직격탄
美진출로 선회해야…고관세 예상, 멕시코사업 유보

자국 산업 보호와 경제 활성화를 위해 강력한 보호무역을 경제 공약으로 내세운 로널드 트럼프가 최근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지니고 있는 우리나라에 큰 타격이 예상되는 이유다.

게다가 트럼프가 발효 20년이 훌쩍 넘은 북미자유뮤역협정(FTA)과 함께 한미 FTA을 재협상을 각각 천명하면서 멕시코를 거점으로 미국 등 북아메리카와 브라질 등 남아아메리카 공략에 나선 우리 자동차 업계와 가전 업체들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 졌다.

이들 산업의 기초공정 산업이면서, 멕시코 등으로 진출을 추진하는 뿌리업계도 후폭풍이 예상된다.

본지가 트럼프발 위기와 한계, 대응책 등을 집중 살폈다.

트럼트 행정부에서는 국내 자동차를 비롯한 철강 업계에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된다. 사진은 포스코의 평택항 선적부두. 정수남기자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산업은 뿌리 업계의 가장 큰 연관 산업인 자동차다.

현대기아차 등 미국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완성차 업체의 뿌리 협력업체는 상황이 상대적으로 낫지만, 최근 가동에 들어간 기아차 멕시코 공장을 염두해 두고 현지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뿌리 기업들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아울러 이미 생산공장을 가동하고 있거나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차 업체가 20여개나 돼 멕시코는 세계 자동차업계의 새로운 생산기지로 부상했다. 이들 기업은 차량 주요 부품의 7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우리 뿌리 기업에는 최근 전략적 요충지로 떠오른 곳 역시 멕시코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이 교역에서 멕시코와 캐나다가 자국 적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 등 관세 인상을 시사했다.

이로 인해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이사장 박순황) 등 뿌리 업계의 현지 진출 사업이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멕시코가 세계 50여개국과 FTA를 체결해 세계 접근성이 우수한 만큼 미국 외 국가 진출을 추진하는 쪽으로 전략을 다소 수정해야 한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를 감안해 삼흥열처리(회장 주보원)와 단조전문기업 한호산업(대표 강동한) 등은 미국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이들 기업은 미국의 위험요소를 분산하기 위해 각각 일본과 독일·중국 등으로 우회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이미 진출을 했거나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멕시코발 고관세 등 위험요소를 덜기 위해서는 미국 진출이나 우회 진출을 고려해야 한다. 부산항 컨테이너 선적부두.

현대차는 미국 현지 생산물량과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을 합해 자사 전체 생산량의 15%를 미국에서 소화하고 있다. 기아차의 미국 의존도는 25%에 이른다.

이에 따라 9월 멕시코공장 가동에 들어간 기아차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고 업계는 예상했다. 트럼프가 유세 기간 포드의 멕시코 공장 설립을 비판하면서 멕시코산 제품에 관세 35%를 물리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연산 40만대 규모의 기아차 멕시코 공장은 생산량의 80%를 미국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의 산업 정책과 기조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자가 대표 규제대상으로 지목한 품목은 철강금속이다.

올 9월 미국이 규정한 353건의 반덤핑과 상계관세 가운데 철강제품 수입규제가 40%를 차지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교역에 우호적인 버락 오바바 정부에서 난온 것이라 앞으로가 더 심각하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 같은 규제를 집권 초반무터 강화할 것이라는 게 국내 철강 업계 분석이다.

국내 철강 업체들은 생산량의 50%를 수출하고 있으며, 이중 미국 수출은 13%를 차지하고 있다. 큰 비중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고급강재 수출 비중이 크기 때문에 트럼프는 넘어야 할 산이다.

국내 철강 업체들은 미국에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고급강재 수출이 많아 트럼프가 넘어야 할 산이다. 고급 강관.

앞서 오바바 정부에서도 관세 장벽이 꾸준히 높아졌기 때문에 우리 철강 업체들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실제 미국은 올해 3분기 한국산 열연·냉연 강판 등에 최대 60%가 넘는 보복관세를 부과했고, 올 들어 10월까지 대(對)미 국산 철강 수출은 전년동기보다 20% 급감했다.

철을 주 원료로 사용하는 뿌리업계, 이중에서도 표면처리 업계가 타격일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뿌리업계에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다만, 철강업계에 목을 매고 있을 수만은 없어, 소성가공과 용접 등 일부 뿌리업계는 현지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관세 장벽을 극복하고, 트럼프가 외국 기업에 요구하는 자국 투자를 충족하면서 다양한 세제혜택을 받기 위해서다.

금형조합이 추진하는 멕시코 진출 사업도 불투명해졌다. 금형과 연관이 큰 가전 산업도 상황이 녹록치 않아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북미 수출 전진기지로 멕시코에 생산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티후아나에서 텔레비전과 모니터를, 께레따로에서는 냉장고, 세탁기 등 생활가전 제품을 각각 생산한다. LG전자는 레이노사와 몬테레이 공장을 2000년 완공하고 나프타의 무관세 혜택을 보고있다.

현재 미국 시장을 노리고 멕시코에 진출한 기아차 등 국내외 완성차 업체의 고전이 예상된다. 현대차 울산선적부두.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 공약이 모두 정책화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단 국내 산업계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완성차 업체 한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인이 자국 산업 보호 정책을 내놓았고, 향후 경제 정책 기조도 자국 산업 보호 중심을 보일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한미 FTA 등으로 자국의 對韓 자동차 수출이 늘었기 때문에 FTA가 양국 교역투자 확대와 신사업 기회 창출의 기틀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책 강구를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도 나오고 있다.

전자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하는 텔레비전 가운데 대부분은 미국으로 수출되며, LG전자역시 멕시코 공장 역시 텔레비전과 냉장고를 만들어 미국으로 보낸다”면서 “트럼프 정부의 산업 정책과 기조를 정확히 파악하고 대화 채널을 빨리 가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교수(대림대 자동차학과)는 “멕시코산 자동차에 미국의 높은 관세 부과가 예상되는만큼, 기아차 멕시코 공장과 그외 협력사들은 현지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한다”며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대응 전략을 신속히 세워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도 “관세장벽으로 인한 자동차, 철강, 가전 업체의 고전이 예상되는 만큼 한미 대화채널 신속히 가동해야 한다. 업종별 영향을 고려해 각각의 대응책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민관이 대응채책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위부터)대기업 본사가 몰려있는 서울 중구 모습과 정부세종청사.

반면, 트럼프 정부가 무조건적인 보호무역만을 고집할 수 없다는 견해도 힘을 받고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달러가 세계 기축 통화가 되면서 미국이 수입 중심의 경제활동으로 세계에 달러를 공급, 경제대국으로 위치해서다.

트럼프 정부가 자국 산업을 위해 보호 무역을 실시할 경우 중국, 일본, 유럽연합 등의 경계대상으로 떠오르면서 국제적인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중도 견해도 탄력을 받고있다.

유일호 경제 부총리겸 기재부 장관은 “미국의 금융규제 완화나 인프라·신산업 투자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존재한다. 트럼프 공약 중 공공인프라 투자 확대 등은 기회요인이 되는만큼 관련 동향을 조기 파악해 우리 기업 수주 지원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산업연구원 국제산업협력실 문종철 부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모든 입장을 최근 정리했다.

그는 “트럼프 임기 동안 미국이 보호무역주의적인 움직임을 강화할 것은 확실해 보인다. 현재까지의 자유무역 기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 같은 움직임은 우리 수출에 대한 규제와 한미 FTA 재협상에 대한 요구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도 문 부연구원은 “트럼프의 경제공약에는 부정적인 측면뿐만이 아니라 기회요인도 있다. 트럼프의 인프라 투자 확대 공약과 에너지 공약을 잘 이용하면 관련 산업에서 신규 수출 수요을 창출할 가능성도 있다”며 “트럼프 경제공약의 기회요인을 살리기 위해서는 트럼프 행보에 대한 신중한 관찰과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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