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불도 좋지만 신중을 기해야 할 때

맞불도 좋지만 신중을 기해야 할 때

  • 철강
  • 승인 2019.08.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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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신종모 기자 jmshin@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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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지난 2일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각의(국무회의)를 열고 한국을 수출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화이트리스트’ 명단국에서 배제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번 일본의 조치로 사실상 철강, 전자, 화학, 자동차 등 대부분의 국내 주요 산업군이 필요로 하는 1100여개 품목의 일본산 수입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특히 고강도 소재가 요구되는 스테인리스, 선재 등 특수강 관련 품목이 직접적으로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는 보복조치로 우선 시멘트 원료로 쓰이는 일본산 석탄재와 폐기물 수입을 규제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산 석탄재 수입시 샘플링을 통해 방사능·중금속 검사를 하고 있지만 검수 기준을 전수조사로 바꿔 수입을 자체를 막으려는 취지로 보인다. 환경부는 석탄재를 포함한 일본산 폐기물 수입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본의 화력발전 가동률은 지난 2000년 21.3%에서 2015년 33.8%로 높아졌다. 만약 한국이 일본산 석탄재 수입을 금지할 경우 일본 내 폐기물 처리비용 증가와 환경 문제가 고스란히 발생한다. 일본은 석탄재 90% 이상을 한국에 수출하고 있다. 다만 국내 시멘트 업체들은 일본산 석탄재를 수입해 값싸게 처리해 수익을 올리고 있어 반발이 예상된다.

또한 정부가 현대제철, 포스코 등 국내 대형 제강사들에 일본산 철스크랩에 대한 방사능 검수를 강화하라는 협조공문을 보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아직 정확한 진위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일본의 배제 조치에 따른 국내 정부의 맞대응 정책인 것으로 판단된다. 

철스크랩은 이들 품목처럼 직접적인 타격은 아니지만 일본산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예외일 수 없다. 한국은 지난해 일본산 철스크랩 400만톤을 수입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220만톤을 수입했으며 하반기에도 180만톤 이상을 추가로 수입해야하는 상황이다. 

일본의 배제 조치로 향후 한국의 일본산 철스크랩 수입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로써는 일본산을 대신해 미국, 러시아산 수입을 늘린다는 계획뿐 뾰족한 대응방안은 없다. 

결과적으로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무역분쟁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또 피해는 고스란히 양국가로 전가된다. 정부는 관계기관 및 관련 업계와 협의해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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