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무모한 수출규제, 즉각 철회해야 마땅하다

일본의 무모한 수출규제, 즉각 철회해야 마땅하다

  • 컬럼(기고)
  • 승인 2019.08.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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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김성우 sn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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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우(철강금속신문 전문위원)
김성우 (S&M미디어 자문위원)

한 동안 미국이 수입규제 강화 명분으로 국가안보를 주장하더니, 이제는 일본이 안보를 핑계 삼아 한국에 대해 수출규제를 강화하겠다고 한다. 지난 8월 초 아베정부는 수출무역관리규정을 개정하고 8월 28일부로 한국을 백색국가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결정하였다. 당장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3개 핵심소재가 영향을 받겠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일본의 수출규제범위와 그 정도가 확산될 것으로 우려된다.

일본이 대한국 수출을 규제하겠다는 근거는 세 가지다. 최근 양국 간 신뢰관계가 훼손되어 안보가 위협받고 있다. 한국기업이 납품기한을 재촉하여 수출관리가 어렵다. 한국의 전력물자 캐치·올(catch-all) 관리가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납품기한 문제는 수출거래 계약자 당사자들의 문제로서 일본 정부가 수출관리규정을 개정하면서까지 구태여 개입할 여지가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다음, 대량살상무기 거래를 감시대상에 포함시키는 캐치·올 문제도 한국의 관리체제가 일본보다 한수 위다. 일본은 재래식 무기에 대한 캐치·올을 제외하고 있어 한국에 대해 트집 잡을 입장이 아니다. 일본은 30년 전 도시바의 코콤(COCOM) 위반사건으로 전략물자 관리상 그 불법행위의 심각성을 보인 국가이다. 동 사건은 1987년 일본의 도시바가 잠수함 프로펠러 제어계측 설비 및 소프트웨어를 구소련에 수출한 사건으로 미국 레이건행정부로부터 5년간 대미수출금지를 당한 바 있다.   

특히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겠다는 근거로서 전략물자 수출통제방식과 GATT상의 국가안보조항을 악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전략물자 수출통제는 과거 냉전시대 공산권 국가에 대한 무기거래 통제를 위해 서방국가 중심으로 시행되었는데(다자간수출통제조정위원회:COCOM) 그 주요 대상은 재래식 무기, 이중용도물품(dual-use goods) 및 관련 기술이다.

COCOM체제는 1996년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의 다자간 비공식 협의체제인 바세나르체제(Wassenaar Arrangement: WA)등 4개 체제로 대체되었다. 수출통제방식은 회원국들이 자발적으로 수출관리규정을 제정하여 원자력, 생화학무기, 재래식 무기 등을 대상으로 이행한다. 철강제품은 알루미늄, 타이타늄 등 합금강 강관이 주요 관리대상이다, 

비공식 다자간 협정체제는 여타 산업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예로서 1994년 OECD조선협정체제는 회원국 간의 조선보조금규정 의무이행을 요구하는 형태가 있는가 하면, 철강의 경우에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OECD철강위원회에서 설비감축 및 보조금 철폐협의가 타결될 경우, 비공식적인 다자간 OECD철강협정체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전략물자 수출통제는 북한 및 이란이슈가 부상하면서 엄격한 관리가 요구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전략물자 수출통제체제의 회원국들은 국내법 제정을 통해 수출을 허가한다(예: 포괄수출허가, 개별수출허가, 상황허가, 중개·경유·환적허가 등). 그러나 한국을 비롯하여 미국, 유럽, 일본 등 대부분 회원국들은 전략물자 거래기업들의 자율준수제도(CP: Compliance Program)를 강력히 요구한다. 거래당사자인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수출입경로 등을 철저히 감시토록 한 것이다.

이러한 제도는 소위 백색국가의 기업에게 적용된다. 기업이 전략물자 관리에 필요한 조직이나 규정, 심사, 교육 및 감시 체제를 갖춘 기업에게는 수출허가 절차를 자체적으로 이행하는 자율준수무역거래자로 지정하고 일정기간(3년) 허가를 면제하는 일반포괄허가를 부여한다. 따라서 백색국가에서 제외되는 경우, 수출건별로 개별허가를 받는 규제대상이 된다. 

한편 일본이 주장하는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가 국가안보 때문이라고는 하나 그 의도에는  정치적 동기가 다분하다. 국가안보를 구실로 무역제제를 취하는 행태는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법 제232조를 통해 최근 이슈화 되었는데 일본이 이를 모방하는 형상이다. 국가안보는 1947년 GATT 창설당시 제21조(National Security)를 통하여 도입되었는데, 회원국들은 국가안보를 위해서라면 GATT의무이행을 일탈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국가안보로 위장된 정치적 의도를 가진 GATT 의무일탈행위는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안보의 존재여부 및 그 기준의 실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회원국의 자발적 판단에 일임하고 있어 문제가 많다. 일본은 이를 교묘히 악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이 주장하는 한·일 간 신뢰훼손의 원인을 일본의 과거 불법행위에 대한 한국의 사법적 결정과 연관시키고 있어 정치적 조치가 분명하다.   

국가안보를 구실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발동되는 무역규제조치의 정당성 여부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다. 최근의 대표적 케이스가 미국의 무역법 제232조에 대한 위법성여부인데, EU 등 9개국이 WTO에 제소한 상태다. 미국에서도 위헌성 여부를 놓고 대법원 사법심사가 진행 중이다.

일본의 수출규제 역시 안보이슈로 위장한(disguised) 무역규제조치이며 WTO규범에도 위반되는 무모한 결정이다. 더구나 일본의 정당치 못한 조치로 인해 양국 간 군사정보교환마저 차단시키는 결과를 초래 했다. 지금이라도 일본은 수출규제를 즉각 철회해야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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