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소송 - ‘나 홀로 소송’에서 패소를 면하려면

민사소송 - ‘나 홀로 소송’에서 패소를 면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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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0.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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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김민관 sn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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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관 변호사 / 법무법인 송담

법원을 다니다 보면, 민사소송에서 패소 후 법원 앞에서 1인 시위하시는 분 들을 본다. 그분들은 홀로 민사소송을 진행하다가 억울하게 패소했다고 말한다. 안타깝게도 그 사람들이 민사소송에서 억울하게 패소판결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는 십중팔구 ‘변론주의’ 때문이다. 변론주의란 ‘당사자가 법원에 사실을 주장하고, 증거를 제출할 책임을 부담하며, 법원은 오직 당사자의 주장 및 증거를 토대로 판결을 하여야 한다.’는 원칙이다(대법원 1995. 8. 25. 선고 94다35886 판결 등 참조). 만약에 당사자가 이러한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면, 법원은 이를 토대로 당사자에게 패소판결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심지어 그 판결은 진실에 반할 수도 있다.   

“무슨 이런 법이 있느냐.”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변론주의는 ‘법원이 진실을 알 수 없음으로, 진실을 알고 있는 당사자가 법원에 이를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오히려 역사적으로 이 제도는 당사자에게 소송절차에 참여할 기회를 보장하고, 법원에 당사자를 통하여 진실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고 평가되어 왔다.

그런데 이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법에 익숙하지 못한’ 당사자에게 가혹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이 제도에 따르면, 당사자가 법원에 주장, 입증책임을 부담하기 때문에 법원은 당사자에게 “어떤 주장을 해라.” 혹은 “어떤 증거를 내라.”라고 절대 알려주지 않는다. 법원은 소극적인 설명을 할 뿐, 이는 어디까지나 당사자의 책임 영역이다. 이를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예를 들어 ‘법에 익숙하지 못한’ 원고가 피고에게 1억 원을 대여하고, 이를 변제받기 위하여 피고에 대하여 대여금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한 경우를 가정해보자. 이 경우 원고는 소송에서 ‘적어도 한번은’ ▲대여 계약을 체결한 사실, ▲대여금을 지급한 사실, ▲변제기일 도과 사실(통상 ‘요건사실’ 이라고 한다)을 반드시 주장, 입증하여야 한다.

만약 원고가 소송에서 ▲위 요건 사실 중 하나라도 주장하지 않거나, ▲위 요건 사실 중 하나라도 ‘판사가 확고한 심증을 형성할 정도로’ 입증하지 못하거나, ▲이와 무관하게 스스로 불리한 진술을 한다면, ‘더는 살펴볼 필요도 없이’ 원고는 패소한다. 심지어 피고의 주장은 아직 확인조차 하지 않았는데, 원고가 패소할 수 있는 사유는 많다. 

앞서 ▲당사자가 요건 사실을 제대로 주장하지 않거나, ▲당사자가 요건 사실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하거나, ▲스스로 불리한 진술을 하면, 패소하게 된다고 얘기했다. 이는 반대로 해석하면 ‘당사자가 법원에 각 민사소송에 필요로 하는 요건사실만 제대로 주장, 입증하더라도, 최소한 억울하게 여겨지는 패소를 면할 수 있다.’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당사자로서는 건물철거소송 등 수많은 유형의 민사소송에서 승패와 직결되는 요건 사실이 무엇인지부터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간혹 법원이 변론기일에 당사자에게 “그 이야기는 그만하시라.”라고 제지할 때가 있는데, 이 경우 당사자가 민사소송의 승패와 직결되는 요건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여 사건과 무관한 진술을 하는 경우일 수도 있다.

이처럼 당사자가 법원에 각 유형의 민사소송에 필요로 하는 요건 사실을 제대로 주장,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 법원은 당사자에게 어김없이 “법률구조공단 등에 물어보고, 다시 주장 및 증거를 정리했으면 좋겠다.”라는 식의 권유를 한다.


이것이 당사자에게는 무미건조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실무적으로는 이게 정답이다. 민사소송은 ‘아’ 다르고, ‘어’ 다르다. 당사자는 누구보다도 사건을 잘 알지만, 법원에 이를 제대로 주장, 입증하지 못한다면, 법원은 당사자의 의도와 다르게 판단하고 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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