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노(No) 넥타이 문화에 울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황병성 칼럼 - 노(No) 넥타이 문화에 울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 컬럼(기고)
  • 승인 2020.01.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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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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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맹자(孟子)」의 ‘이루편(離婁編)’ 상(上)에 나오는 ‘역지즉개연(易地則皆然)’이라는 표현에서 비롯된 말로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뜻이다. 무슨 일이든 자기에게 이롭게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것을 뜻하는 ‘아전인수(我田引水)’와 대립하는 의미로 쓰인다. 아전인수는 나를 망치고 역지사지는 나를 이롭게 하는 것이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는 후자가 당연히 어울리는 말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 역지사지보다 아전인수식 생각에 사로잡혀 사는 사람들이 많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이기에 이기주의적 생각에 빠진 삶은 옳지 않다. 당연히 지탄받아야 마땅하지만, 아직 그런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것은 국내 산업 환경도 마찬가지다. 갑과 을의 관계가 뚜렷한 부적절한 기업 환경에서 을이 당하는 불이익은 아전인수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갑은 을이 부닥친 상황은 생각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강요만 한다.

납품 단가 인하 요구가 그렇고, 황당한 납기 준수 요구가 그렇다. 만약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거래처를 변경할 것이라며 강압적인 태도도 불사한다. 이 때문에 을은 피해를 감수하며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갑의 요구에 무리하게 대응한다. 그 영향으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결국 파산의 낭떠러지로 내몰린다. 을의 입장을 생각지도 않는 갑의 오만한 생각이 화근이다. 이것은 우리 산업 환경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일이다.

특히 수요산업에 소재를 공급하는 우리 업계가 억울하게 당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조선, 가전, 자동차, 건설 산업 등의 사례가 그것이다. 협상이라는 테이블이 있지만, 이것은 협의를 위해 있기보다는 구매자를 위해 있다. 이에 따라 양측이 합리적인 협의에 의해 가격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가격 깎기에 혈안이 된 협의체로 전락하고 말았다. 만약 공급자가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수입산 구매도 서슴지 않는다. 국내 시장에 수입산이 넘쳐나는 이유 중 하나다.

이 같은 행동은 내가 살기 위해서는 너는 죽어도 상관없다는 것과 틀리지 않다. 어려움에 처한 상황은 같은 데 자기만 살겠다는 발상은 상생(相生)을 강조하는 국내 기업문화와도 배치된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상도의(商道義)는 지켜져야 한다. 이것이 허물어지면 우리 산업은 도덕도 신뢰도 없는 도떼기시장과 다를 바가 없다. 일방적인 강요보다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합의에 기반을 둔 협상이  시급하다.

한 언론에 나온 타 산업 기사가 눈에 띈다. 입장을 바꾸어놓고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지금 우리 업계는 물론이고 타 업계도 넥타이를 매지 않는 기업 문화가 유행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과거 정장 차림의 기업 문화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옷차림으로 경쟁력을 향상하고자 도입된 것이다. 이에 넥타이에서 해방된 직장인들의 업무 효율성이 더욱 향상된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하지만 노타이 문화에 웃는 사람이 있지만 우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간과하고 말았다. 직장인들이 넥타이를 매지 않으면서 넥타이 봉제공장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고 한다. 1990년대에 300여 개에 달했던 넥타이 봉제 업체가 2018년 17개로 줄었다고 한다. 노타이가 넥타이업체 목을 죈 것이다. 한 경영자는 기업이 한 달에 한 번만이라도 넥타이 매는 날을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에 절박함이 물씬 묻어났다.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보지 않은 사람은 어려운 사람들의 애환은 잘 모른다. 나만 살면 그만이라는 이기주의는 우리 사회에서 빨리 몰아내야할 패악이다.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독불장군 식 삶으로 일관한다면 더불어 사는 사회의 가치는 모래성처럼 무너질 것이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상생(相生) 문화이다. 넥타이를 매지 않는다고 좋아만 할 것이 아니라 일감이 줄어 사업을 접는 봉제공장 경영자의 마음도 헤아려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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