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봄은 왔는데, 가슴은 왜 이렇게 시리고 아픈 것인가?

황병성 칼럼 - 봄은 왔는데, 가슴은 왜 이렇게 시리고 아픈 것인가?

  • 컬럼(기고)
  • 승인 2020.03.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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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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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풍(薰風)이 부니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고 어느 골짜기 버들강아지를 반기는 시냇물이 졸졸 소리 내어 흐른다. 봄의 전령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와 귓가에 봄이 왔음을 속삭이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쉽게 동하지 않는다. 전국을 강타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계절 감각조차 무디게 만들었다. 이 사태는 많은 사람의 영웅적인 희생으로 조금 진정된 듯하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은 이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전국 사업장에서 나는 한숨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울림이 크다. “여러 어려움을 다 겪어보았지만, 요즘처럼 힘든 때는 없었다.”라는 어느 유통업체 대표의 말이 넋두리로 들리지 않는다. 사실이니까 당연히 공감이 간다. 대부분 업체 대표들은 지금도 어렵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를 더 걱정한다. 이 사태를 겪고 난 세계 국가들은 수입문을 더욱 굳게 잠글 것이기 때문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에게는 또다시 넘어야 할 시련이다.

주요 기관들은 경제성장률을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2월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1%에서 1.9% 낮추더니 3월 들어서도 1.4%로 더 내렸다. JP모건도 2월 2.3%에서 2.2% 하향 조정한 후 급기야 3월 들어 1.9%로 0.3%포인트 낮췄다. 1%대 성장률이라니 믿기지 않고, 충격이 너무 커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10일 국회 재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코로나19가 성장률에 미칠 영향은 불가피하다. 현 상황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보다 더 엄중하다.”고 했다. 경제 수장의 진단처럼 지금 우리 경제는 비상사태이다. 문제의 심각성이 도를 넘었는 데도 정치권은 포퓰리즘 타령이다. 기업들은 다 죽게 생겼는데 친 노동 공약을 남발하며 표 구걸하기에 바쁘다. 국가 위기는 안중에도 없고 표 얻기에만 혈안이 된 위정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반드시 엄중한 심판을 내려야 한다.

정부는 주요 경제원장들이 제시하는 해법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이들은 단기적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어 생계에 지장을 겪는 자영업자, 중소기업 지원에 집중하고, 장기적으로는 노동 규제 개혁과 각종 반기업적 조치 철폐를 병행해서 국내 투자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통해 꽁꽁 얼어붙은 기업 투자심리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제언은 우리 경제의 현실을 고려한 것이기에 소생술이 될 수 있다는 신뢰가 간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은 5,424억 달러로 전년보다 10.3% 급락했다. 6,000만 달러를 돌파한 지 1년 만에 뒷걸음질 했다. 여러 원인 중 반기업적 정책이 큰 문제다. 수출과 기업 투자의 발목을 잡고 기업 발전을 저해하는 이 정책은 현실에 맞게 조정되거나 폐지되어야 마땅하다. 정부의 지나친 간섭은 위기에 부닥친 우리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기업인이 경제 주체가 되어야 만이 지속 가능한 경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정설(定說)이다. 

정부가 19일 다행히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경제 위기 대응을 위해 50조원 규모의 비상 금융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서민 경제의 근간이 되는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의 도산 위험을 막고 금융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고 밝혔다. 이 예산은 취지 맞게 잘 쓰여져야 한다. 만약 국회의원 선거를 위한 선심성에 조금이라도 비중을 둔다면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 으로 국민적 분노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봄이 왔지만, 마음은 엄동설한처럼 춥다. 코로나19 사태는 어려운 우리 경제에 더욱 큰 절망을 안겼다. 지금은 봄 노래나 부르며 한가하게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다. 허리띠를 졸라매어 모든 어려움이 해결된다면 철재로 만든 허리띠라도 남아나지 않았을 것이다. 고비마다 위기 극복의 DNA 타령도 이제는 싫증이 난다. 경영자들은 이 고비를 어떻게 넘어야 할지 몰라 암담한 가슴은 시리고 아프다. 하지만 힘겹게 설비를 돌리고, 생산한 제품을 찾는 누군가가 있기에 희망은 접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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