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백반집 국산 애용 고집 철강 시장에도 필요하다

황병성 칼럼 - 백반집 국산 애용 고집 철강 시장에도 필요하다

  • 철강
  • 승인 2020.06.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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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63@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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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시대 맹자(孟子)는 군자에게는 세 가지 즐거움(三樂)이 있다고 했다. 양친이 다 살아 계시고 형제가 무고한 것이 첫 번째 즐거움이요, 우러러 하늘에 부끄럽지 않고 굽어보아도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것이 두 번째 즐거움이요, 천하의 영재를 얻어서 교육하는 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라고 했다. 

이 세 가지 즐거움 중에서 첫 번째 즐거움은 하늘이 내려 준 것이다. 부모의 생존은 자식이 원한다고 하여 영원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서 즐겁다는 말이다. 두 번째 즐거움은 하늘과 땅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삶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스스로 인격 수양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세 번째는 자기가 가진 것을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공유의 즐거움이다.  
필자는 여기서 하나 더 추가하라면 먹는 즐거움을 넣고 싶다. 직장인들은 점심때만 되면 무엇을 먹을까 고민에 빠진다. 그만큼 식도락(食道樂)을 중요시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얘기다. 옛날 어렵던 시절에는 무엇이든 입에 들어가면 좋았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궁핍한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가 풍요로워진 현대는 다르다. 몸에 좋은 것, 맛있는 것 등 선택의 조건은 다양하다. 단순히 배고픔을 해결하고자 먹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고, 맛있게 먹기 위해 고민하는 세상이 됐다. 

도심에는 자주 접할 수 없지만, 굳이 단골집으로 삼고 싶은 곳이 있다면 백반집이다. 그 백반집의 소박한 밥상을 대하면 고향 어머니를 떠올린다. 흰밥에 국과 몇 가지 반찬뿐이지만 옛날 바쁜 농사일 와중에서도 뚝딱 상을 차려내시던 어머니 모습이 투영된다. 화학조미료는 어머니 손맛을 따라오지 못한다. 대부분의 백반집 음식 맛은 투박하지만 깊은 맛이 있다. 그것은 어머니 손맛과 똑 닮았다. 

요즘 젊은이들 입맛은 화학조미료에 길들여 있다. 백반이 절제 있는 맛이라면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은 넘침이 주는 맛이다. 화학조미료에 대한 오해가 일부분 없어졌지만, 그렇다고 다 해소된 것은 아니다. 백반집은 대부분 허름한 외형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필요한 만큼 만들어 파는 단골 장사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매일 오는 손님만 받는 욕심 없는 곳이다. 이처럼 생각이 순수하니 맛이 변하지 않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다 그렇지 않지만 특히 재료를 따지면 백반집 주인이 고집하는 것이 있다. 범람하는 중국산 농산물은 거들떠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로지 국산 농산물만 애용한다. 이에 반해 도심 일반식당은 그렇지 못하다. 저렴한 중국산을 쓰지 않으면 이문이 남지 않으니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쓸 수밖에 없다. 음식 맛은 재료에서 결정 난다고 했다. 신토불이(身土不二)의 중요성은 귀가 닳도록 들어온 얘기이니 국산을 쓴 백반집에 애정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    

철강·비철금속제품도 마찬가지다. 국내 시장에는 저렴한 중국산 제품이 넘쳐난다. 그 중국산을 소재로 건물도 짓고, 기계를 만드는 업체가 있다. 다른 한편에는 국산 소재만을 가지고 같은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가 있다. 

이윤을 따지자면 수입산을 소재로 쓰는 업체가 많이 날 것이다. 하지만 국산을 소재로 쓰는 업체는 이윤은 적게 나지만 고객으로부터 받는 신뢰는 바위처럼 굳건하고, 믿음은 산처럼 높다. 이것은 백반집이 단골들로부터 받는 신뢰와 일맥상통한다.
 
국내외 경제는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더해 생존을 위한 국민들의 절박한 몸부림이 이처럼 심했던 때는 없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당장 눈앞에 와 있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으니 답답하다. 우리 업계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 와중에도 수입산 철강재가 국내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백반집 주인의 국산 애용 고집이 철강 시장에도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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