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그 많던 반딧불이는 어디로 갔을까?

황병성 칼럼 - 그 많던 반딧불이는 어디로 갔을까?

  • 철강
  • 승인 2020.07.1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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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63@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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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반딧불이는 어디로 갔을까? 메케한 모깃불 냄새와 함께 여름밤을 유영하던 반딧불이가 사라진 지도 오래됐다. 나의 유년 여름밤은 낭만이 차고 넘쳤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뭇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우주의 이치를 몰랐으니 생각은 무한했다. 별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별을 보기 위해 밤을 기다렸다. 소쩍새 슬픈 울음소리에 눈물을 머금으며 아린 가슴을 주체하지 못하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선풍기 하나 없는 무더운 밤이었지만 덥다고 생각하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무서운 옛날이야기 때문이었다. 멍석을 뚫고 올라오는 땅속 한기가 더 차갑게 느껴질 정도로 이야기는 무서움을 더했다. 시나브로 밤이 깊어지고 마실 갔던 부모님이 돌아오면 시장한 배를 밤참으로 채웠다. 고구마와 옥수수 맛은 요즘 과자와 비교할 수 없었다. 여기에 삼촌의 기타 소리에 맞춰 부르던 유행가 가락에 어스름 밤은 깊어갔다.

유년의 여름밤은 생생한 추억으로 남았다.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시던 할머니와 고된 농사일로 힘겨워 하시던 아버지는 뒷동산에 편안히 누웠다. 무심한 세월은 그리움만 남긴 채 그렇게 흘러갔다. 성인이 되어 여름휴가 때면 아이들과 고향을 자주 찾았다. 옛날 여름밤 낭만을 가르쳐 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아이들 반응은 늘 시큰둥했다. 모깃불 냄새에 인상을 찌푸렸고, 밤하늘 별 대신 시원한 방안 선풍기를 더 찾았다. 문명에 길들어진 아이들은 낭만을 즐기기 보다 불편한 것을 더 참지 못했다.

또다시 여름 휴가철이 다가왔다. 휴가 풍경도 많이 바뀌었다. 20여 년 전만 해도 피서를 위해 전국 해수욕장과 계곡에는 사람이 넘쳐났다. 바가지요금과 무질서한 행락 풍경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던 시절이 있었다. 시원한 수박 한 덩어리로 무더위와 싸워야 했다. 에어컨은 사치였고 선풍기로 뜨거운 열기를 식히던 시절이었다. 아날로그 방식에 더 익숙해진 사람들은 그 속에서 나름대로 낭만을 찾으며 행복해했다. 먹고 살기가 힘겨웠던 시절의 얘기다.

생활이 풍족해진 요즘 휴가 풍경은 많이 달라졌다. 디지털시대의 변화와 상통한다. 특히 해외 관광으로 휴가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신종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의 얘기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하자 해외로 휴가 가는 것은 엄두를 못 내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9명은 올해 여름휴가로 국내 여행과 집, 호텔, 야영장 등에서 언택트(비대면) 휴식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여름철 대표 휴양지인 해수욕장도 10명 중 7명이 “가지 않겠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전염병 감염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휴가 비용도 평균 69만 원으로 전년 평균 60% 수준으로 줄었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전례 없는 휴가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방식은 과거 아날로그 시대 때와 비슷하다. 비대면으로 타인과 접촉을 줄이며 코로나 위험에서 벗어나 줄기겠다는 생각이다.  

가끔 아날로그 시대가 그리울 때가 있다. 생활은 풍족하지 않았어도 훈훈한 사람 사는 냄새가 좋았던 시절이었다. 차라리 이럴 때는 가족끼리 시골 마당에 앉아 별을 보며 옥수수나 수박을 먹으며 휴가를 즐기는 것도 의미가 있다. 비록 반딧불이는 사라졌지만, 낭만은 그대로인 밤 풍경을 상상하면 더위가 싹 가시는 것 같다. 어디선가 돌려오는 산새 울음 소리는 휴식의 청량함을 더할 것이다.     
 
한 여행 전문가는 파리나 발리가 아니더라도 집 밖에 나서고 공원을 걷는 등 이동하는 그 자체가 여행이라고 정의한다. 온종일 방에 있을 수도 있고, 친구와 수다를 떨 수 있고, 식당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갈 수도 있다. 그동안 잊고 산 자신만의 휴식을 찾는다면 그것이 휴가이고 여행이다.

지금은 건강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다. 자칫 잘못된 휴가로 병에 감염된다면 피해 보는 것은 자신이다. 억울하지만 코로나 시대 새로운 휴가 방식에 순응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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