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일수록 진정한 ‘혁신’을 하자

위기일수록 진정한 ‘혁신’을 하자

  • 철강
  • 승인 2020.10.2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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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박진철 기자 jcpark@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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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용어 중에는 너무 자주 쓰이지만 그 의미를 정작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말들이 많다. 혁신(革新)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최근 타계한 삼성 이건희 회장이야말로 이 혁신의 대명사다. “마누라와 아이 빼고 다 바꾸라”는 이건희 회장의 일갈은 유명하다. 이러한 혁신을 통해 이건희 회장은 1987년 취임 당시 2,000억원이었던 삼성전자의 순이익을 44조원이 넘는 수준으로 올려놓았고, 당시 국내 재계 3위에 그쳤던 삼성은 세계 5위 브랜드로 성장했다. 

글자 그대로 혁신(革新)은 가죽(革)을 새롭게(新)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가죽이라는 뜻의 이 혁(革)과 비슷한 뜻을 지닌 글자에 피(皮)라는 것도 있다. 피와 혁은 모두 ‘가죽’이라는 뜻을 갖고 있지만 엄연한 차이가 있다. 

피는 짐승의 털이 그대로 붙어있는 가죽이고 혁은 털과 기름을 말끔하게 제거하고 부드럽게 다룬 가죽이다. 이처럼 가죽을 다듬는 무두질을 한 혁은 전혀 손질되지 않은 가죽인 피와 비교해 완전히 탈바꿈한 가죽이라는 데서 ‘고치다’라는 뜻이 파생되었다. 결국, 혁신(革新)을 글자대로 풀이하면 ‘(가죽을) 고쳐서 새롭게 하다’라는 뜻이 된다. 

또  가죽을 새롭게 한다는 ‘변화’에서 연상되는 것이 ‘탈피(脫皮)’다. 기업의 ‘혁신’도 그때그때 옷을 바꿔 입는 탈피와 같은 변화의 몸부림이다. 탈피 하면 떠올리게 되는 뱀은 1년마다 한 번씩 허물을 벗는다. 뱀은 피부밑의 세포가 계속 자라기 때문에 묵은 허물을 벗고 새로운 피부로 갈아입어야 살 수 있다.

물론 허물을 벗는다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작업이다. 하지만 허물을 벗지 못하면 뱀은 죽음을 맞게 된다. 벗겨지지 않은 피부가 각질화되면서 결국 그 안에서 죽기 때문이다. 살을 두르고 있는 허물을 벗는 고통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것은 바로 ‘살고자 하는 욕망’이다. 

요즘은 너무 남발된 말 같아서 식상하기도 하지만, 기업들이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혁신’을 외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묵은 때와 허물을 벗고 새롭게 태어나려는 각오와 고통을 감수하지 않으면 진정한 ‘혁신’은 이룰 수 없다. 아니, 혁신이 문제가 아니라 목숨마저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다. 결국, 뱀도 사람도 기업도 구태의 허물을 갈고 깨는 고통을 각오하지 않으면 자신을 둘러싼 묵은 허물 속에서 내일을 기약하기 힘든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나라 경제뿐만 아니라 지구촌 자체가 난리다. 이런 때일수록 위기 때마다 꺼내게 되는 ‘혁신’이라는 단어를 만나게 된다면, 1초만이라도 예전보다 더욱 진지한 마음을 가져보자. 목적지가 만 걸음이더라도 한 걸음은 내민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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