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포항(浦項)의 제2 영일만 기적은 이루어 질 것인가?

황병성 칼럼 - 포항(浦項)의 제2 영일만 기적은 이루어 질 것인가?

  • 철강
  • 승인 2020.11.02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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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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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시인 이육사 작품 중에는 ‘청포도’란 제목의 시(詩)가 있다. 그 시 배경은 포항(浦項)이다. 그가 잠시 포항에 머무를 즈음 지었다.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렇게 시는 시작된다. 이어져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던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에서 절정에 이른다. 육사는 1936년 7월경 포항을 여행하면서 이렇게 시를 지었다.  

당시 그는 포항 동해면 오천 포도원에서 이 시상을 얻었다. 시를 순수하게 해석하면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화를 보는 것 같다. 하지만 당시 식민지 시대의 암울했던 상황을 생각하면 시가 내포된 상징성은 철(鐵)처럼 무겁다. 그 대표적인 예가 청포를 입고 찾아온 손님이다. 그 손님은 광복 운동의 혁명동지를 일컫는다. 평론가들은 시 내용 중 내 고장은 육사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 아니라 포항을 포함하는 더 넒은 공간 조국이라고 해석한다.

시인이 말하고자 한 의도가 무엇이든 포항은 옛날 시인들의 시상을 사로잡던 곳이다. 돛단배가 한가로이 고기를 잡고 청포도가 주저리주저리 열리던 목가적(牧歌的)인 곳이었다. 여기에 동향 수필가 한흑구 씨의 ‘보리밭’은 소박한 농촌 풍경을 진솔하게 그려낸다. ‘보리가 푸른 바다의 물결처럼 온 누리를 뒤덮는다’는 표현은 당시 포항은 지금과 딴판이었음을 말해준다. 그 농어촌 풍경의 전형이었던 영일만이 상전벽해(桑田碧海)의 급변 과정이 있었다.

조선 시대 유명한 풍수학자는 이성지는 시를 통해 ‘竹生魚龍沙 可活萬人地 西器東天來 回望無沙場’라고 예언했다. 이 내용을 풀이하면 ‘어룡사에 대나무가 나면 수만 명이 살만한 땅이 된다. 서양 문물이 동쪽으로 올 때 돌아보니 모래밭이 없어졌다’이다. 어룡사란 현재의 포스코가 들어선 백사장 일대를 일컫는다. 사람들은 한동안 모래사장뿐인 이곳에 대나무가 날 일이 없어 무슨 뜻인지 모르고 있다가 하늘을 찌를 듯한 제철소 굴뚝이 대나무처럼 우뚝 서고 일대가 큰 도시로 번창하자 그제야 이성지의 예언이 적중했다고 감탄했다고 한다. 

1973년 6월 9일 오전 7시 30분 포항제철 제1고로에서 황금빛 쇳물이 쏟아지면서 우리나라 중화학공업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제철소 탄생을 알렸다. 더불어 포항이 세계적인 철강도시를 발돋움하는 시발점도 알렸다. 지금은 포항시 남구에서 형산강을 건너면 포스코 포항제철소를 비롯해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 관련 기업들이 엄청난 산업단지를 형성하고 있다. 그 규모를 보면 세계적인 철강 도시 위엄을 확인할 수 있어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그런 포항이 제2 영일만 기적을 꿈꾸고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최근 포항을 2차전지·바이오·수소 등 3대 미래 신산업 육성과 철강산업 고도화로 포항을 환동해·해양 관광 중심도시로 육성하겠다고 일갈했다. 만약 이것이 계획대로 순조롭게 이루어진다면 포항은 또 다른 상전벽해의 기회를 맞게 될 것이다. 세계적 철강 도시에서 신산업을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국가 미래를 이끄는 도시로 거듭날 것이다. 최근 지진으로 상심이 큰 시민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계획에만 그치지 않고 반드시 그 계획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포항은 6·25 전쟁 때 학도의용병들이 목숨을 걸고 싸운 곳으로 유명하다. 그들의 의로운 죽음을 기리기 위한 ‘학도의용병 현충비’는 흑석고개 정상부에 있는 ‘효사정문학공원’ 입구에 세워졌다. 이 비는 6.25 한국전쟁 초창기 포항지구 전투에 참전한 대학생과 고등학생, 중학생 등으로 구성된 71명의 학도의용병 중 전사한 48명을 추모하기 위해 세웠다. 포항이 세계적 철강 도시가 되기까지 그들의 값진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들도 하늘에서 발전한 포항을 보며 자신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음에 미소를 지을 것이다. 

지난 70년간 한국 철강산업을 이끌어온 포항이 새로운 갈림길에 섰다. 포항의 성장 엔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선택이 2차 전지·바이오·수소 등 3대 미래 신산업 육성이다. 이육사 시의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 손님처럼 새로운 혁명을 일으키는 생태계 전반의 혁신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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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2020-11-13 16:47:52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