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LH 사태, 사회적 정의 세우는 계기 되길

황병성 칼럼 - LH 사태, 사회적 정의 세우는 계기 되길

  • 철강
  • 승인 2021.03.24 06:05
  • 댓글 0
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1세 철학자’로 불리는 연세대 김형석 명예교수가 언론과 인터뷰한 내용이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 그는 ‘상식’과 ‘정의’에 대해 “요즘처럼 국민들이 상식적인 생각을 못하는 때가 없었다”면서 “정의는 정의고 불의는 불의인데 ‘편 가르기’를 하면 잣대가 하나가 안 된다”며 “정의를 상실하면 그 사회는 유지할 수 없다는 게 상식”이라고 말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를 ‘평균적 정의’와 ‘배분적 정의’로 나누었다. 특히 배분적 정의는  ‘각자에게 그의 몫을 주라’는 의미다. 급여나 성적을 줄 때 다른 사람보다 더욱 열심히 일한 사람이나, 공부한 사람에게 그 만큼의 대가를 주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도 이러한 개념에 충실한지 되짚어본다. 그러나 최근 터진 LH 사태를 보며 배분적 정의는 무참히 깨졌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대우 받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이다. 적당히 눈치 보며 요령 피워 정의를 과장한 불법으로 이익을 챙기는 사회는 당연히 배척해야 마땅하다. 최근 불거진 LH 사태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 됐다. 국민들은 실망감이 컸고, 배신감에 분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국민들은 정의를 도둑질한 그들의 위법적 행동을 용서할 마음은 추호도 없다. 당연히 죄를 물어 법의 심판으로 공분(公憤)을 해소해야 하는 것이 맞다.

한 철강 유통업체 CEO는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하고 직원들마저 내보내야 하는 어려운 형편이지만 참고 견디고 있다. 하지만 LH 사태를 보며 상실감이 크다. 요즘은 왜 열심히 살아야 하지라는 자괴감으로 불면의 밤이 많다”고 호소했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상식과 정의가 통하지 않는다면 그 노력은 무의미하다. LH 사태는 물론이고 사회 지도층들의 부동산 투기는 서민들을 더욱 좌절시키고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며 아무리 노력해봐야 소용없게 만드는 사건이기에 위화감은 극에 달했다.

대한상의회소 박용만 회장이 물러나면서 한 변(辯)이 가슴에 와 닿는다. 현 정부가 출범할 때 사회적 양극화 해소에 국민적 기대가 컸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안타까워했다. 그것은 정부마다 ‘경제 문제’와 ‘사회 문제’ 중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있다. 현 정부는 후자를 중요시했기 때문에 약자 보호 등에 큰 진전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LH 사태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공기업을 감시하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국민들의 먹고 사는 일에 좀 더 관심을 가졌다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관리를 소홀히 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

LH 사태를 보며 그 불똥이 우리 업계로 튀지 않을까 걱정이다. 철강업계는 지금 국내외 철강 수요가 급감하면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처럼 꽁꽁 언 땅에 모처럼 봄소식으로 잔뜩 기대에 부풀었다. 건설 철강재가 많이 소요되는 신도시 건설은 우리 철강업계에 숨통을 틔워주는 중요한 사업이다. 이러한 사업이 이번 사태로 취소되거나 축소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이 때문에 법을 어긴 자를 철저히 가려내 일벌백계(一罰百戒)하고 사업 본래 취지를 유지해야 한다. 서민들의 집 마련 꿈을 허망하게 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의를 상실하면 그 사회를 유지할 수 없다는 노(老) 철학자의 말은 만고불변(萬古不變)의 진리다. 더불어 ‘꼼수’의 불법이 용인되면 정의로운 사회는 먼 나라 얘기가 된다. 정직하게 노력하고 사회에 큰 공헌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이러한 자들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정의로운 사회가 구현된다. LH 사태가 사회에 울린 경종(警鐘)의 여운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번 기회로 사회 정의와 상식을 올바로 세우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저작권자 © 철강금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