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동업자 정신이 절실한 이유?

황병성 칼럼 - 동업자 정신이 절실한 이유?

  • 철강
  • 승인 2021.05.1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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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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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는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렵다’라는 구절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재물의 의미는 돈도 돈이지만 생각으로 발생하는 모든 것을 말한다. 이런 상품(성경을 그럴싸하게 포장한 모조품)을 팔아서 재산을 늘리는 자들은 거짓 선지자이고, 부자라고 한 것이다. 이런 삯꾼(거짓 목자)들은 천국에 들어가기가 어떻게 어려운지 차라리 낙타가 바늘귀로 통과하는 것이 더 싶다고 했다.

부자들의 단점은 베푸는데 인색하다는 것이다. 곳간에 재물을 쌓을 줄만 알았지, 가난한 사람들이나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나눌 줄 모른다. 불교에는 보시(布施)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널리 베푼다는 뜻이다. 자비의 마음으로 타인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베풀어 주는 것을 말한다. 보살의 실천 덕목 중 첫 번째에 해당한다. 즉 불공이나 불사(佛事) 때에 신도들이 일정한 금전이나 물품을 내놓아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이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고 부자들이 베푸는데 다 인색하다고 치부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평생 열심히 번 돈을 선뜻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기부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가진 것을 베풀지 않고 후손에게 상속하고자 온갖 불법을 저지르는 부자들이 문제이다. 조선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은 재물을 오래 보존하는 길은 ‘남에게 나눠주는 것’이라고 했다. 유배지에서 그는 아들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편지로 훈육한다. 

“형태가 있는 것은 없어지기 쉽지만, 형태가 없는 것은 없어지기가 어렵다. 스스로 자기 재물을 사용하는 것은 형태를 사용한 것이고, 재물을 남에게 주는 것은 정신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무릇 재물을 비밀리에 숨겨두는 방법은 타인에게 나누어 주는 방법보다 더 좋을 게 없다.”는 이 말은 남에게 베풀면 나에게 복이 되어 돌아오기에 베푸는 것은 재산을 비밀리에 숨겨 두는 것과 같은 이득이 있다는 뜻이다. 

우리 업계는 지금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됐다. 대기업들은 가격 상승으로 코로나19 위기에도 상당한 이익을 내며 지난해 부진을 만회하고 있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표정 관리를 해야 할 정도다. 반면 중소업체들의 어려움은 여전하다. 특히 가공업체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상황이 악화했다. 장사를 잘한 대기업들은 두둑한 성과급으로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워 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보며 느낄 중소업체 종사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걱정된다. 

특히 중소기업은 구인난이 심각하다. 취업 준비생들이 연봉이 높은 대기업을 선호하는 바람에 사람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여기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장사를 잘한 대기업들이 성과급과 연봉 잔치를 벌인다면 중소업체들은 직원 이탈을 걱정해야 한다. 중소업체도 인재를 영입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상당수 중소업체는 대기업과 줄이 닿아 있다. 이들이 경쟁력을 상실하면 결국 대기업의 경쟁력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혼자 가는 것보다 함께 가야 멀리 갈 수 있다고 했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을 상생(相生)의 큰 의미에서 보듬어야 한다. 대기업이 손을 잡아주지 않으면 벼랑 끝에 몰린 그들은 절망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동업자 정신이 절실한 이유다. 자기들만의 잔치에 도취해 어려운 중소업체 처지를 외면한다면 상생은 무의미한 단어가 된다. 일부 IT업체들이 코로나19 외부 요인으로 상당한 흑자를 내면서 성과급 잔치로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소상공인들은 하루가 힘겨운데 한쪽에서 샴페인을 터트리고 잔치를 벌였으니 못마땅한 것은 당연하다.

그들이 좋은 실적을 낸 것은 노동생산성이 향상되어서가 아니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이다. 높은 성과급보다는 차라리 고용절벽의 피해자인 청년들을 한 명이라도 더 고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기업의 자세였다. 다산 정약용의 말처럼 베푸는 것이 부를 끌어들이고 지키는 원동력이다. 우리 업계도 베푸는 보시 경영이 자리매김해 동업자들이 함께 웃고 상생의 깃발을 오래오래 흔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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