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금속 활용 기술은 우리의 DNA다

황병성 칼럼 - 금속 활용 기술은 우리의 DNA다

  • 철강
  • 승인 2021.07.05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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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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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활자의 발명은 인류 역사에서 대단한 사건이었다. 1999년 미국의 유명 시사 잡지 ‘라이프’에서 조사했다. 지난 1천 년 동안 있었던 사건 중에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100대 사건이 무엇인지? 이때 1위를 한 것이 금속활자 발명이었다. 종교혁명이나 산업혁명 같은 큰 사건을 다 젖혔다는 것이 놀라웠다. 이와  같이  금속활자 발명이 가장 중요한 사건이 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금속활자가 발명되기 전 인류문화는 암흑기였다. 그러나 금속활자 발명으로 책을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게 되자 문화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책은 인류가 지닌 지식이나 지혜를 공유할 수 있게 해주었다. 책은 인쇄하자마자 각지로 전달됐다. 이에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이 나오면 금방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책은 다음 세대 전달까지 가능하니 그 지식 축적의 힘은 무한하고 컸다. 금속활자 발명이 1위가 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사람들은  금속활자를 처음 발명한 사람이 독일인 구텐베르크인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78년이나 앞선 고려에서는 이미 금속활자를 만들어 틀에 배열한 후 인쇄하는 발전된 방식이 있었다는 사실에 세계가 놀랐다. 이때 만들어진 ‘직지심체요절’은 전 세계에 남아있는 금속활자로 인쇄된 책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다. 2001년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에 등재되면서 세계가 공인했다. 우리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위대한 유산이다.

고려시대 금속활자의 소재는 구리·철·납 등 여러 금속이 사용됐다. 이처럼 우리는 예부터 금속을 잘 다루었던 민족이었다. 고려시대에 훨씬 앞선 고조선이 망하고 그 유민들이 건국한 삼한 시대부터 철제도구를 만들어 사용했다. 그들은 철을 사용해 농기구를 만들어 농업생산력을 높였고, 무기를 만들어 침략군을 물리쳤다. 고대 국가의 기틀이 갖춰진 것은 이때 부터였다. 우리가 현재 금속 소재로 제품을 만들어 수출해 세계적 위상을 확립한 것도 이러한 DNA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기술은 전해져 내려오는 것이다. 금속활자를 만들던 섬세한 기술 유전이 전해져 세계 속 한국 위상을 더 높이고 있다. 특히 기술에 금속을 접목했다는 것은 실로 놀랍다. 금속을 소재로 한 각종 산업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것도 기술 유전의 힘이 컸다. 세계 최고 반도체 산업이 그렇고, 선박과 가전 산업이 그렇다. 여기에 자동차, 철강 산업 등도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금속을 지배한 민족이 드디어 세계 최고가 된 것이다. 

특히 우리 철강은 기술을 고부가화에 접목해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다. 철강은 양(量)에서 질(質)로 옮겨가는 것이 글로벌 추세이다. 탄소 중립이 대세가 된 요즘 제품 고부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우리 철강 산업이 그것을 선도하고 있다. 각 산업에 들어가는 소재를 고부가화 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는 데 크게 공헌하고 있다. 기초소재 산업으로서 역할을 너무 잘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비철금속 산업 역할도 철강 못지않다. 각종 항균 제품 출시는 코로나19 시국에 유용한 제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더불어 비대면 시대에 각종 캔 제품 수요가 증가하면서 훌륭한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세계 소전 시장을 석권할 정도로 금속 소재의 위상이 공고하다. 이 모든 것이 우수한 소재와 기술이 만났기 때문에 얻은 성과다. 

역사학자 투키디데스는 “인간은 과거에 했던 대로 미래에도 행동하는 본성을 지니고 있다”라고 했다. 이것은 우리 민족을 두고 하는 얘기인 것 같다. 예로부터 금속을 잘 다루었던 기술은 대대를 거쳐 지금에 와서 꽃 피우고 있다. 기술의 종착점은 없다. 우리에게 내재된 DNA는 계속 발전시켜 후대에 물려주어야 한다. 아직 우리 몸속에는 세계 최고 발명품을 만들었던 피가 흐르고 있다. 위대한 유산을 지키고 대대로 이어가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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