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삼성 초격차 경영전략에서 얻는 교훈

황병성 칼럼 - 삼성 초격차 경영전략에서 얻는 교훈

  • 철강
  • 승인 2021.08.3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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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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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격차’라는 단어가 있다. 삼성의 사례로 인해 수많은 전문가의 입에 오르내리는 단어다. 이 단어의 뜻을 풀이하면 비교자체가 불가능한 절대적 기술 우위와 끝없는 조직 혁신에 따른 구성원의 격(格)을 의미한다. 이 단어가 본격적으로 회자 된 것은 전(前) 삼성전자 권오현 회장의 저서에서 비롯됐다. 책 제목이 ‘초격차’이다. 경영자는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必讀書)처럼 이 책의 인기는 대단했다. 이에 초격차는 경영자라면 누구나 추구하고 싶은 이상적인 전략으로 여겨진다.

이 전략이 삼성의 최고 경영자 입에서 나온 것은 이유가 있었다. 삼성전자의 위상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2017년 삼성전자는 지난 24년간 반도체 시장 1위 자리를 지켜온 인텔을 밀어내고 1위로 올라섰다. 감히 넘볼 수 없었던 최고 자리에 우뚝 선 것이다. 이 금자탑을 쌓은 최고 공로자가 권 회장이었다. 그의 탁월한 리더십 초격차 전략이 엔진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그의 집념이 세계 1위 기업으로 굴기(屈起)한 원동력이 된 것이다.

권 회장은 초격자 전략에 있어 네 가지 핵심 키워드를 제시했다. 리더, 조직, 전략, 인재가 그것이다. 그 뜻은 조직 구성부터 업무가 진행되는 절차와 공정, 인사원칙을 비롯해 조직문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에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수준까지 극대화하자는 의미다. 한계를 뛰어넘어 타 업체와 ‘격’의 차이를 만드는 만고불변의 원칙이 그가 추구한 경영전략이었다. 그 결과 마침내 삼성전자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세계 최고 기업 중 하나가 됐다. 

반도체가 일등 공신이었다. 세계 최초 ‘64Mb DRAM’ 개발이 밑바탕이 됐다. 이 디램 개발에 혁혁한 공을 세운 연구원이 권 회장이었다. 세계는 변화와 혁신의 물결이 거세게 소용돌이쳤다. 극심한 초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삼성의 총수는 그를 회장에 앉히며 더 큰 성과를 기대했다. 기대는 어긋나지 않았다. 그의 탁월한 리더십은 많은 혁신제품을 탄생시키면서 회사를 성장시켰다. 그리고 아이폰에 납품한 반도체가 대박을 터트린 후 후배에게 자리를 내주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의 경영전략을 분석해보면 현재가 아닌 미래를 대비한 선제적 준비에 충실한 점이 눈에 뛴다. 하지만 지금 우리 업계를 들여다보면 실망감이 크다. 현장의 많은 경영자들이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래를 대비하기보다 당장 자신의 실적을 보여주기 위해 현실을 왜곡하기 바쁘다. 이에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쓰지 말아야 할 곳에 시간과 자본을 투입한다. 그 부작용은 리더가 물러난 뒤 채권자처럼 찾아온다. 조직에 심각한 위기가 닥쳐 회사가 존폐의 갈림길에 서기도 한다. 이처럼 리더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권 회장이 강조한 것은 리더에게는 특별한 사명이 주어졌다는 것이다. 개선이 아니라 혁신을 이루고 말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 혁신의 의지는 오롯이 리더의 몫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대부분의 리더는 이런 혁신 의지를 다지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개선할 것인가에 대해서만 골몰한다. 그의 이 같은 지적은 일리가 있다. 우리 업계를 들여다보면 더욱 그렇다. 끊임없이 혁신하는 기업만이 경쟁업체와 초격차를 벌리며 승승장구하는 것이 이것을 증명한다.

삼성이 최근 또다시 초격차를 위해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혔다. “코로나 이후 예상되는 산업·국제질서, 사회구조의 대변혁에 대비해 미래 우리 경제가 당면할 과제들에 대한 기업의 역할을 다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 투자 취지다. 그 계획 면면을 살펴보면 반도체에서 초격차를 더 벌리고 바이오산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선택했다. 바이오에 제2 반도체 신화 창출의 꿈이 영글고 있다. 이처럼 권 회장은 물러났지만, 삼성의 초격차 전략은 아직 진행형이다. 

“나는 아직 배가 고프다”라는 2002년 월드컵 한국 축구 감독이었던 히딩크의 말이 새삼 떠오른다. 많은 것을 성취한 삼성도 아직 배가 고픈 모양이다. 기존 전략사업 주도권을 단단히 챙기고, 바이오를 새로운 주력산업으로 키우려는 전략이 충족되려면 아직 배가 불러서는 안 되는 것이 맞다. 이 초격자 전략이 개별 회사 발전을 넘어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성장 동력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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