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농부의 배려 심을 배워야 한다

황병성 칼럼 - 농부의 배려 심을 배워야 한다

  • 철강
  • 승인 2021.09.1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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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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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故人)은 죽음으로 모든 것을 끝내려 했지만, 논란은 새롭게 시작되고 있다. 8월 30일 노동조합원의 집단 괴롭힘을 받았다는 유서를 남기고 한 사람이 생을 달리했다. CJ대한통운 김포 대리점주 이모(40) 씨를 두고 하는 말이다. 사건은 일파만파(一波萬波) 파장을 일으키며 사회적 이슈 한가운데 서 있다. 이 문제를 한쪽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분노하지만, 다른 한쪽은  ‘원청의 갑질’ 때문이라고 변명한다.  

노조 측은 일부 모멸감을 준 사실을 인정했다. 이 사실을 기반으로 “이번 사건은 다수의 조합원이 이 씨를 괴롭혀 정신적 고통을 준 경우로 볼 수 있다”며 “폭언은 법적으로 명시된 업무상 적정 범위로 볼 수 없고, 집단으로 여럿이 폭언까지 했다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라고 한 노동전문가는 분석했다. 
이에 유족 측은 괴롭힘에 가담한 의혹을 받는 택배기사 12명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그 결말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지만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배려(配慮)라는 단어가 실종됐다. 이 단어는 ‘도와주거나 보살펴주려고 마음을 씀’이라는 아름다운 뜻이 담겨 있다. 그러나 ‘내 밥그릇 챙기기’가 우선이 되어버린 사회는 배려는 먼 남의 얘기가 됐다. 자신의 밥그릇을 탐하면 그 누구도 용납하지 않고 타협도 하지 않는다. 동고동락을 하던 동료가 하루아침에 가해자로 돌변한다. 이번 사건이 그 예이다. 이러한 안타까운 상황은 지금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남을 배려하지 않은 이기적인 풍조가 낳은 슬픈 현실이다. 

소설가였고, 사회 인권운동가였던 ‘펄 벅’ 여사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대지’라는 작품으로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던 그녀는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깊다. 유난히 한국을 사랑했던 그녀는 1965년 한국펄벅재단을 설립해 6·25전쟁 이후 고아들을 돌보기도 했다. 그 재단은 아직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지금은 풍산의 류진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다. 그녀가 우리나라를 그토록 사랑한 것은 한 인연에서 출발한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순수하기 그지없다.  

그녀가 한국에 처음 와서 여행 중 경주에서 있었던 일이다. 농로(農路)를 걷고 있는데 한 농부가 큰 나무 짐을 지고 수레를 끄는 소를 몰고 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수레에는 짐이 다 차 있지 않았다. 그것을 보고 그녀는 서양인들의 관점에서 물었다. 당신이 지고 가는 짐을 수레에 싣고 타고 가면 편하지 않으냐고…. 서양의 모든 수레는 그런 용도로 쓰였기 때문이다. 그러자 농부는 “소도 온종일 일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그럴 수 없지요”라고 대답했다. 농부의 배려 심에 감탄한 그녀는 중국, 일본과 다른 우리의 민족성을 다시 보게 됐다고 술회했다고 한다.

가축도 함부로 대하지 않았던 우리 민족의 혼은 어디로 간 것일까? 그 배려는 지금 우리 사회가 가장 필요로 하는 마음인 것 같다. 최근 우리 업계를 보아도 이러한 문제에서 비켜갈 수 없다. 모사의 비정규직 사원 정규직 전환을 놓고 진통이 심한 것 같다. 그것을 바라보는 외부 시선도 곱지 않다. 어느 한쪽 편도 들어줄 수 없지만 바람은 하나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대한다면 문제는 만사형통(萬事亨通)으로 잘 풀릴 것으로 확신한다. 

 “나와 다른 이웃을 차별함 없이 있는 그대로 존중함으로써 모든 사람이 이 땅에서 권리와 자유를 마음껏 향유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사회가 될 때까지 저희 발걸음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라는 펄벅재단 류진 회장의 다짐이 새삼 생각난다. 

이처럼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계속되고 있기에 희망을 접을 수 없는 이유다. 그 원천이 배려의 마음이다. 그 좋은 뜻을 이어가야 하는 것이 우리의 최대 사명이다. 그리고 막중한 책임감은 모두의 몫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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