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모래주머니와 규제 개혁

황병성 칼럼 - 모래주머니와 규제 개혁

  • 철강
  • 승인 2022.06.0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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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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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우리 기업들이 모래주머니를 달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뛰기 어렵다. 모든 부처가 규제 개혁 부처라는 인식 하에 기업과 경제 활동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다. 그동안 기업들은 규제에 발목이 잡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던진 규제 혁파는 기대감을 키우는 화두(話頭) 임이 분명하다.

우리나라는 대통령 직속으로 규제개혁위원회를 두고 있다. 하지만 1998년 행정규제기본법에 따라 설립됐지만 식물 위원회라는 비판을 면하지 못했다. 이 같은 지적은 경제개발기구(OECD) 규제 개혁 순위에서 38개국 중 33위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이 입증한다. 원인은 많다. 이해 관계자의 반발이 큰 문제로 작용한다. 이를 의식한 장치권이나 공무원들의 눈치 보기로 규제는 줄지 않고 오히려 늘었다.

사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규제와 관련해 온갖 정책이 난무했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단두대처럼 규제를 철폐하겠다”라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규제 덩어리’를 통째로 없애겠다며 규제총량제를 도입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규제개혁 상징어는 ‘전봇대 뽑기’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손톱 밑 가시 제거’, 문재인 대통령은 ‘규제 샌드박스’ 를 내걸었다. 특히 문 정부 때는 632건의 규제 샌드박스를 승인했다. 하지만 제도 개선은 고작 20%인 129건뿐이었다는 사실은 놀랍다.

결과를 놓고 보면 말 뿐인 제도로 국민들의 실망감만 키웠다. 문재인 정부 때는 기업 규제가 2017년 1,094건에서 2020년 1,510건으로 40%나 증가했다고 한다. 규제 개혁이 아닌 규제 확대로 많은 기업들을 어렵게 만들었다. 이것은 국내 업체들이 보따리를 싸서 해외로 나가는 원인 중 하나이다. 이에 부랴부랴 온갖 혜택을 부여하며 리쇼어링을 애원하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여전히 많은 규제로 썩 내키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주52시간근무제, 최저임금 인상 등의 제도는 큰 걸림돌이다.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은 해마다 리쇼어링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다양한 유인책이 있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이 규제 완화와 노동시장 개혁이다. 사실 이것은 우리 기업들을 절름발이로 만든 아킬레스건이다. 이것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해외로 나가는 기업을 막을 방법이 없다.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도 없다. 이러한 현실을 보며 윤 대통령이 규제를 ‘모래주머니’와 ‘신발 속 돌멩이’에 비유했다. 그리고 그것을 혁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대로된 문제 인식이다.

최근 대기업들이 향후 5년간 1천조 원이 넘는 투자와 30만 명 이상의 채용 계획을 밝혔다. 포스코 그룹도 2026년까지 국내 33조 원을 포함해 글로벌 53조 원을 투자하고, 약 2만 5천 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의 규제 완화 천명은 이 같은 기업 결정에 대한 보답 성격이 짙다. 그는 기업들의 투자에 대해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아주 반가운 소식이다. 이젠 정부가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풀어 화답할 때”라고 밝혔다. 이 발언으로 정부가 반 기업 정책에서 친 기업 정책으로 바뀌었다고 단언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절망 속 희망을 키우는 불씨를 본 것 같아 위안이 된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역대 정부에서처럼 더는 국민을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 한 전문가는 규제 혁파는 돈 안 들이면서 경제 침체를 막고 성장을 이끄는 좋은 수단이라고 했다. 이 말에 백번 천 번 공감한다. 규제 혁파야 말로 기업들이 투자하고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깃이다. 여기에 따라오는 것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이다. 노파심에 당부하는 것은 모든 정책이 그렇듯이 ‘이미지 메이킹’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숨넘어가는 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 

그동안 규제 개혁에 기득권을 지키려는 이해 당사자의 반발이 컸다. 대기업에 특혜를 준다는 시민단체의 반대도 컸었다. 규제가 있어야 목에 힘을 줄 수 있는 관료사회의 경직성과 국회 입법 실패 등으로 개혁은 빈번히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더는 창고에 방치하는 물건처럼 되어서는 안 된다. 만약 개선되지 않는다면 글로벌 경쟁력 추락은 물론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온다.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만이 해결책이다. 그때가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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