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또다른 공룡 철강기업의 탄생

황병성 칼럼 - 또다른 공룡 철강기업의 탄생

  • 철강
  • 승인 2022.07.04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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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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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몸집을 키우는 데는 이유가 있다. 강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다음은 이성에게 멋있게 보이려는 것도 있다. 육체적인 강자가 우두머리 노릇을 했던 원시시대는 더욱 그랬다. 그래서 몸집이 큰 사람을 중심으로 무리가 형성되었고, 여성들이 많이 따랐다. 현대에 와서는 많이 달라졌지만 몸집이 큰 사람을 보면 여전히 주눅이 든다. 약육강식(弱肉强食)의 법칙 때문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공룡기업으로 불리는 세계적 기업들은 큰 몸집을 내세워 시장을 지배한다. 제프 베이조스가 창업한 아마존이 그 예이다. 벤처기업에서 출발한 이 기업은 지금 전 세계 물류, 광고, 미디어, 헬스 케어까지 거의 모든 상거래를 장악하고 있다. 한 사람이 여러 분야에서 세계적인 흐름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이 아마존은 서점에서 시작해 거의 모든 유통업을 정복하며 이정표를 세웠다. 

또 다른 공룡기업의 창업자는 스티브 잡스, 일론 머스크, 트레비스 캘러 닉 등이 있다. 공룡기업의 창업자답게 이들은 일에 미친 중독자처럼 자신의 삶을 모두 바쳐 오늘의 업적을 쌓았다. 그들은 말도 안 되는 집착과 강박을 통해 성공하기는 했지만 부작용도 뒤따랐다. 직원들에게 워라벨 대신 끊임없이 일만을 강요했다. 골목 상권까지 지배하려던 탐욕은 상도의를 무참히 짓밟았다. 공룡기업의 위대한 성과 이면의 어두운 그림자다.   

결국 이러한 공룡기업 경영자는 위대한 성과를 냈지만, 조직문화와 경영방침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귀결된다. 철강 산업도 마찬가지다. 공룡기업의 병폐가 심각하다. 시장을 흐려놓는 미꾸라지 같은 기업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 기업이다. 이들은 몸집을 불려 막대한 물량 공세로 세계 시장의 물을 흐려 놓고 있다. 낙후된 기술을 저가로 포장한 채 말이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우리의 속담이 무색해질 정도로 글로벌 시장을 야금야금 정복해 나가고 있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이 “더러운 철강”이라고 중국산 철강을 비판하며 접근을 제한하려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더구나 철강을 생산하며 내뿜는 탄소는 세계 하늘을 오염시키는 주범이다. 공급 과잉이 만들어낸 산물이지만 반성은 추호도 않는다. 이 같은 비판을 받는 국가의 철강이 또다시 음흉한 꿈을 꾸고 있다. 과거와 비교되지 않는 더 센 놈이 태어날 조짐이다. 그들의 탐욕은 시작은 있지만 끝이 없다. 막을 방법이 없음이 개탄스럽다.

글로벌 조강 순위 3위인 안산철강이 링위안철강과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안산철강의 이번 인수가 성공하면 2위 아세로 미탈을 위협한다. 생산능력 확대로 글로벌 2위로 도약을 노릴 수 있다. 또 다른 공룡기업의 탄생이다. 이들이 합병하면 생산이 확대된 철강재가 국내로 봇물터지듯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국내 주요 철강사의 판매 감소는 불 보듯 뻔하다.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 하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으니 답답하다. 

이 합병 추진은 중국 정부의 독려로 이뤄지고 있어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상반기 중국 내 주요 도시의 봉쇄조치가 이어지면서 물동량이 감소해 철강 재고가 크게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 M&A까지 성사되면 그 많은 철강재가 향하는 곳은 어디인지 뻔하다. 저들의 물량 공세와 저가 정책은 국내 철강 업체의 목을 더욱 옥죌 것이다. 전기료 인상으로 원가부담이 가중된 철강업계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실적 고공행진도 주요 제품 가격 동결 및 인하와 고환율 등으로 잔치는 끝나가고 있다. 철광석 가격 안정화에 따른 제품 가격 동결·인하가 불가피하다. 철근 등 일부 품목은  가격 인하가 이미 시작됐다. 후판을 공급받는 조선업계에서는 각종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도 동결 또는 소폭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아무리 살펴보아도 긍정적인 면을 찾아볼 수 없다. 여기에 중국 철강업체의 합병 소식은 걱정을 키우는 큰 악재이다.

그야말로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졌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다. 이런 때일수록 이러한 문제를 선제적으로 타개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더 적극적인 인수합병, 노후·비효율 설비 폐쇄, 고부가 제품 개발, 재무구조 개선 등의 자구 노력이 시급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행동하지 않으면 해결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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