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그린철강과 중소업체의 고민

황병성 칼럼 - 그린철강과 중소업체의 고민

  • 철강
  • 승인 2022.07.1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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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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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업계는 지금 친환경 프레임에 갇혔다.‘굴뚝산업’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기업이 생산과정에서 친환경적인 프로세스를 사용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기존 방식보다 비효율적이지만 우리 업계가 발 벗고 나서는 것은 명예스럽지 못한 과거 때문이다. 공장 굴뚝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이른바 개발독재 시대로 불리던 그때 굴뚝산업의 대명사가 철강 산업이었다.   

국가 경제와 기간산업 발전에 큰 역할을 했던 우리 업계의 공은 크다. 하지만 위대한 역할 뒤에 찾아온 것이 환경 책임론이었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이 인류 최대 과제로 떠오르면서 우리 업계는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기존 철강 산업 업종 특성상 설비가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는 데는 기술적인 한계가 있다. 이 한계를 극복하려면 큰 비용이 수반된다. 더구나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중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자율적으로 추진해야 부작용이 적다. 

정부가 그동안 제시했던 탄소 중립 정책은 강제성이 짙었다. 이에 업계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은 비교적 부담이 적다. 그러나 영세한 중소업체는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일이다. 현재로서는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것이 문제다. 병들어가는 지구를 살리기 위한 노력은 세계적인 추세다. 이 노력에 동참하는 것은 지구촌 구성원으로서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 지원 없이는 도저히 해결 할 수 없으니 업체마다 근심이 깊다.

업계에서는 탈 탄소 사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환경보호와 산업 육성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소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전환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업종별로 친환경 연료 전환, 탄소 저감시설 개발 등 정책 발굴을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우리 업계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정책 발굴이 현실적이고, 중소업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예산 증액이 필수다. 중소업체 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급발진처럼 추진 속도도 문제다. 유럽연합(EU), 미국 등 선진국은 우리보다 최장 28년이나 먼저 탄소배출 감축에 돌입했다. 그러나 탄소 중립 달성 목표 시점은 2050년으로 동일하다. 마치 100m 달리기에서 최강자 우사인 볼트에게 먼저 출발할 기회까지 준 뒤 경쟁하게 만드는 꼴이 됐다. 이처럼 선진국보다 탄소 저감 기술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우리 기업에 과도한 목표를 강제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기에게 달음박질을 강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일관 제철과 전기로제강사가 추진하는 친환경 정책도 난제가 많다.
특히 수소환원제철 공법 전환은 쉽지 않다. 이 기술은 상용화 시기가 불투명하다. 앞서 연구를 시작한 유럽 선진국들도 이 공법의 본격적인 상용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20∼3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유럽은 기존 설비가 노후화되고 조강 생산량이 적은 탓에 공법 전환에 따른 부담이 적다. 반면 한국은 세계 5위 조강 생산능력을 갖춘 데다 시설도 비교적 최근에 지어졌다. 유럽의 공법 전환 계획을 우리 철강 산업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다른 탄소 저감 방안인 전기로 제강 비중 확대도 산업 특성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코크스가 원료가 아니기 때문에 고로 방식보다 탄소 배출량이 적은 것은 맞다. 하지만 이 방식은 철 스크랩을 사용하는 만큼 불순물이 함유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제품 품질이 떨어져 자동차·조선·가전 등에 사용되는 고부가 제품 생산에는 부적합하다. 이것을 해결하지 않으면 의미 없는 정책이다. 전기요금이 인상될 경우 가격경쟁력 하락으로 직결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철강 산업의 탄소 배출 저감 필요성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을 뒷받침할 제도적 지원책이 뒤따라야 한다. 지금은 업계 상황을 고려한 현실성 있는 탄소 저감 대책으로의 보완이 시급하다. 친환경 프레임에 갇혀 책임과 부담만 키우는 철강 산업을 구하기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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