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한산, 용의 출현 … 그리고 日本

황병성 칼럼 - 한산, 용의 출현 … 그리고 日本

  • 철강
  • 승인 2022.08.2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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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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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산, 용의 출현’이 상영 중이다. 극장가에 다시 한번 이순신 장군 열풍이 불고 있다. 한산대첩에서 해전의 중심에 있었던 이순신은 견내량 북쪽 와키자카를 한산도 근해로 유인해 몰살시킨다. 이 장면에서 절정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이 영화는 한국영화 사상 최고 관객을 모았던 ‘명량’을 넘어설 태세이다. 8월 25일 현재 누적관객 684만 명을 돌파했다. 일본이 숙적이 된 것은 임진왜란을 치르면서부터다. 영화 명량이나 한산의 인기는 뿌리 깊은 반일감정을 등에 업었다.  

왜가 일으킨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은 우리가 이긴 전쟁이다. 하지만 전 국토는 상처투성이었다. 특히 그 피해는 고스란히 민초들의 고통으로 돌아왔다. 반일 감정은 이때부터 싹을 틔웠다. 그것이 절정에 달한 것이 일제 강점기였다. 36년 동안 치욕적인 식민지 삶은 해방이 됐어도 그들을 용서할 수 없는 앙금으로 남았다. 해방 이후 경제적으로 저들을 이길 수 없으니 운동경기라도 이겨야 했다. 한·일전이라도 열리는 날이면 “이겨라”가 아니라 “죽여라”라는 극단적인 응원 구호가 난무할 정도였다.  

치욕은 뼈에 사무쳤다. 해방 이후 부유한 저들에 비해 우리는 너무 가난했다. 이에 세계무대에서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우리 국민은 일본을 넘기 위해 이를 갈았다. 밤낮없이 일하며 피나는 노력을 했다. 국민들의 분투(奮鬪)에 하늘도 무심하지 않았다. 모든 부분에서 격차를 좁히기 시작했다. 급기야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이 벌어졌다. 가전산업을 시작해 조선산업이 뒤를 잇더니 반도체가 저들을 앞서갔다. 이제 저들이 명맥을 유지하는 것은 자동차 산업뿐이다.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라는 말이 있다. 저들의 현실이 되었고 유일한 위안거리가 됐다.

우리가 일본을 넘어설 수 있었던 것은 정보기술(IT) 역할이 컸다. 아날로그 사회를 벗어나지 못한 저들의 약점을 파고든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최근 저들조차 인정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출판사와 편집자 중심의 가내수공업 형태를 면치 못하는 일본 만화가 정보기술(IT) 경쟁력을 최대한 활용해 세계 시장에서 독자를 개척하는 한국의 도전에 흔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의 스마트폰용 컬러, 세로 읽기 만화인 웹툰이 일본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며 아픈 배를 움켜잡았다.

2020년 이후 일본의 만화 앱 이용률 1∼2위는 네이버 계열 웹툰 회사인 라인망가와 카카오의 픽코마가 지키고 있다. 올해 순위에서도 한국 기업 코미코(5위)와 e북재팬(7위) 등 4개 업체가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의 웹툰은 1997년 외환위기가 낳은 산물이다. IMF 위기로 출판업계가 궤멸 상태에 빠졌다. 이에 젊고 재능 있는 만화가들이 온라인에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한국의 웹툰이 처음 등장했을 때 일본 만화계는 “일본 적수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 정반대가 됐다. 저들의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일시적인 현상일지 모르지만 우리의 상반기 수출 금액도 일본을 추월했다. 엔저와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일본은 사상 최대 무역적자를 냈다. 수출액을 달러로 환산하자 한국이 일본을 훨씬 앞질렀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지는 장담할 수 없다. 여러 변수로 인한 실적이지만 경제 전문가들의 지적이 냉철하다. 일본의 무역적자 행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가 저들을 완전히 제압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단초를 마련했다는 사실에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낀다.  


한산대첩에 나오는 학익진(鶴翼陣)은 신의 한 수였다. 학이 날개를 펼친 듯한 형태의 진법으로 반원 형태를 취한다. 이는 적을 포위해 공격하기 적합한 진법이라고 한다. 당시에 수세에 몰렸던 조선군 입장에서 왜군과 전면전을 하겠다는 승부수는 위험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순신 장군은 몇몇 반대의견을 무릅쓰고 이 전술로 전면전을 감행했다. 결과는 대승이었다. 13척의 배로 330척의 왜선을 물리친 명량해전도 마찬가지다. 지도자의 과감한 결단과 전략으로 이끌어낸 승리였다. 이러한 정신이 후세에도 이어지고 있음은 일본과의 경쟁에서 생생히 증명되고 있다. 

철강 산업도 마찬가지다. 경쟁력 측면에서 저들을 멀찌감치 앞섰다. 세계적인 철강전문 분석기관 WSD(World Steel Dynamics)가 2021년 포스코를 12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로 선정했고, 현대제철도 10위로 평가했다. 저들의 대표 철강사 닛폰 스틸은 5위 밖으로 밀려났다. 아직 우리는 배가 고프다. 지금은 이순신 장군의 명언 ‘필즉사 필즉생(必卽死 必卽生)’의 각오가 필요하다. 그래야 일본에 당했던 치욕을 온전히 되갚아 줄 수 있다. 초 격차의 계기도 마련할 수 있다. 선조들의 숭고한 희생이 헛되지 않게 저들을 이기고 굴기하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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