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우리가 기억하는 이운형!

황병성 칼럼 - 우리가 기억하는 이운형!

  • 철강
  • 승인 2023.03.1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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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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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갈수록 각박해져 간다. 인정미는 느낄 수 없고 모든 것이 매몰차다.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기가 주저해진다. 생각지 않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존경하는 사람이 있어도 선뜻 존경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가식과 위선이 판을 치는 세상이 낳은 부작용이다. 겸손이 몸에 밴 사람이 있었다. 한 그룹을 책임지는 최고경영자였지만 스스로 몸을 낮춰 아랫사람을 친구처럼 대하던 사람이었다. 그가 꿈꾸었던 것은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 소박한 꿈은 아직 진행형이다.

철강사 회장 이운형!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려던 그가 떠난 지 10년이 지났다. 40년 철강 외길을 걸으며 뜨거운 열정으로 구성원들의 몸과 마음을 살찌우려 노력하던 생전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본인이 주인공이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쏠리게 하려 했던 그는 자신을 낮추며 상대방을 높이려고 애썼다. 자신을 드러내기 보다는 근본의 틀이 되어주는 철과 같은 마음을 실천하던 사람이었다. 그의 이 같은 겸손한 마음은 한 점 흐트러짐이 없었고 변함이 없었다. 우리 업계에 이러한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고 그가 존경받는 이유이다.

인간적이었던 이운형! 남의 말을 경청하기란 쉽지 않다. 최고 경영자라면 더욱 그렇다. 일방적인 지시나 지적이 대부분일 텐데 그는 그렇지 않았다. 타인의 말에 귀 기울여 들어주고 공감해 주며 지지해 주는 것이 그의 심성이었다. 이것은 자신을 만나는 모든 사람과 남녀노소, 빈부격차를 가리지 않았다. 오죽하면 그에게서 ‘사람의 향기’가 난다고 했을까. 그것은 지극히 인간적이었고, 따뜻한 품성을 지녔기에 나온 평가라고 생각한다. 그를 아는 모든 사람의 공통된 생각이다. 칼바람이 매서운 각박한 세상, 그의 따뜻한 배려의 마음이 그립다.   

브라보 이운형! 오페라가 끝나자 중년의 신사가 일어나 “브라보”를 외치며 박수를 쳤다 이에 청중들도 같이 호응했다. 만원의 객석을 보며 흐뭇하게 미소 짓던 그는 국립오페라 이사장으로서 오페라 대중화에 힘썼다. 자비로 표를 구매해 임직원들과 각계 지인들을 초청해 객석을 채우려고 애썼다. 정은숙 전 국립오페라단장은 철강업계를 문화계로 이끌어 예술의 옷을 입혔다며 그의 공로를 기렸다. 단원들을 세아의 직원이라도 되는 것처럼 늘 걱정하고 챙기던 따뜻함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었다고 회상했다. 그 선한 울림은 ‘세아이운형문화재단’으로 유지를 이어가고 있다.

철강금속신문과 이운형! 고인은 우리 철강업계도 신문이 있어야 한다며 철강신문 창간을 위해 제일 먼저 나서서 주주 참여를 결정했다. 타 회사 주주참여 권유 공문을 보낼 때도 세아제강도 참여하니 꼭 참여해 달라는 문항을 넣으라는 배려까지 잊지 않았다. 이에 본지 회장은 창간 기념일이 되면 그 고마움을 잊지 않고 고인과 인연을 회고한다. 당시 영면을 기원했던 추모사가 그래서 안타까움이 더했고 애절했다.  

우리 사회에는 어른다운 어른이 없다고 한다. 아랫사람에 모범이 될 수 있는 어른이 없다는 얘기다. 말과 행동을 본받고 싶은 어른이 있다면 직장과 사회에는 큰 복이다. 고인은 엘리베이터에서 사원들을 만나면 먼저 안부를 묻고, 공장을 방문할 때면 현장 임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고충을 이해하려고 애썼다. 그 모습은 임직원들에게 회사에 더욱 충성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가 됐다. 고인이 지금 살아있다면 우리 사회가 바라는 큰 어른이 되고 남았을 것이다. 영면 10주기를 맞는 그에 대한 애절한 마음이 차고 넘치는 것은 어른다운 어른이 그리워서이다.  

고인은 평소 “철은 세상에 수많은 혜택을 주면서도 변하지 않는다. 겸손하면서 변하지 않는 것, 그것이 철과 같은 마음이다”를 강조했다. 늘 겸허하고 감사하는 마음,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철과 같은 마음’을 경영 철학으로 삼았다. 이처럼 인자한 미소로 ‘세상을 아름답게’하는 기업을 만들고자했던 그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은 다행이다. 나날이 성장·발전하는 세아를 보면 그의 숨결이 느껴진다. 철강 인으로서, 자연인으로서 본받을 것이 많은 이운형, 그는 떠났어도 그의 삶을 따라가 보면 고개가 저절로 숙여진다. 그 위대한 발자취에 흠결이 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은 이제 후세의 몫이 됐다. 이것은 추모 10주년을 맞이하는 새로운 다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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