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수입 협상 및 일본의 전략
2008-09-02 정하영
그것은 무엇보다 철강 가격 하락이 대세임은 분명하나 그 기간이 예상 외로 짧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또 한 가지는 동아시아 3국 간 주 수출입 품목인 열연강판(HR)에 대해 일본 측이 가격 인상을 고수하면서 이에 대한 상호 이해가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의 자국 업계 및 국익 우선 보도는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철강금속 부문도 결코 예외는 아니다.
관련해서 최근 철강, 특히 열연강판 부문에서도 4분기 열연강판 수출 협상을 앞두고 의도적 보도로 추정되는 기사들이 적지 않게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동아시아 3국인 일본, 중국, 한국 철강사들의 합리화·보수 등에 따른 생산 차질과 이에 따른 수급 여건 악화 보도다. 특히 철강사들의 설비 사고 소식은 더욱 좋은 기사감이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두 번째로는 가격 협상을 앞두고 여러 상황들을 고려했을 때, 가격이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보도를 비교적 쉽게(?) 내놓고 있다. 실제로 8월 마지막 주 일본 고로사들과 우리 냉간압연 전문업체들 간의 4분기 열연강판(HR) 수입협상이 시작되자마자, 일본 철강금속 전문지들은 전 분기 대비 톤당 100달러 인상이 확실하다는 기사를 실었다. 앞서 분위기를 잡는 보도 태도임은 물론이다.
하지만 국내 업계 관계자들은 갑작스런 사고에 따른 일부 감산은 예상되지만 합리화, 보수, 하공정 가동 등은 이미 충분히 예견된 일임을 강조했다.
또한 지난 7월말부터 세계 철강재 가격이 하락 반전하면서 동아시아 지역도 같은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가격 하락은 누가 뭐라고 해도 수급 상황의 변화가 그 원인이기 때문에 4분기 이후 동아시아 열연시장도 종전과는 다른 수급상황, 다시 말해 공급초과 현상이 벌어질 것이 확실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주된 원인으로는 물량적으로 일본이나 우리나라보다 엄청나게 영향력이 큰 중국 열연강판 시장이 정부의 수출 억제 정책으로 인한 내수 공급량 증가, 가격 하락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중국 안산강철 무한강철의 경우 이미 주문량 부족으로 생산계획을 채우지 못하고 있으며 이미 보산과 안산강철 등은 수출가격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 시장우선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는 도쿄제철 역시 냉연용 열연강판 가격을 1천달러 이하로 내렸다. 역외 지역이지만 대표적 수출 지역인 동남아 지역의 중국산 수출 오퍼가격은 톤당 900달러까지 하락했다.
결국 일부 설비 보수, 사고에도 불구하고 중국 발 공급초과로 인해 4분기 이후 동아시아 열연강판 시장은 수급 안정 또는 다소 공급 과잉 현상을 보이면서 가격은 약보합으로 돌아설 것으로 관계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여러 상황 등을 고려할 때, 국내 냉연 및 강관사들의 더욱 주도면밀하고 강력한 대일본 고로사 HR 수입협상이 요구되고 있다. 예전과 같이 물량을 우선 확보하기 위해 단독협상에서 고가(高價)를 인정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오래전에 효과를 거두었던 협상 대표회사를 선정해 책임지고 협상을 마무리하는 방법이나 아예 냉연사들의 공동협상과 같은 효과적 방법, 또 극단적으로 분기 수입계약을 포기(Skip)할 수 있을 정도의 과감한 대응전략을 모색, 실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