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철강원료 확보 전략

2008-09-20     정하영

고로사·종합상사·정부 ‘3박자 공조’  
자주개발율, 철광석 58%·원료탄 78%



  자원 빈국인 일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철강원료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 전체로 볼 때 일본은 우리보다 상당히 안정적인 공급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철강원료의 자주개발 비율, 즉 수입량 중 개발 권리를 가지고 있는 양의 비중은 철광석 58%, 원료탄 78% 수준으로 우리나라의 14%, 38%(유연탄)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고로사·종합상사·정부가 긴밀한 협조 관계를 유지하며, 세계 각 지역에서 원료의 추가 확보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종합상사 주도로 개발지역·광종 다변화>
  일본의 철강원료 개발에 있어서 핵심 축은 종합상사다. 2006년 기준으로 미쓰이물산은 철광석 세계 물동량 4위(6%), 미쓰비시상사는 원료탄 물동량 세계 3위(12%)를 차지하는 등 자원에 있어서 일본 종합상사가 차지하는 위상은 자원 메이저사에 견줄 만하다. 


  최근 일본 종합상사의 자원개발 전략상 특징은 먼저 개발 대상 광종과 지역을 다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광종에 있어서는 철광석·원료탄·기초 금속 중심에서 펠렛·희소 금속 등으로 확대하고 있고, 투자 지역도 호주·브라질 중심에서 아프리카·몽골·인도네시아 등 저개발국 투자를 늘리고 있다. 제휴 파트너는 메이저사 중심에서 중소 자원사나 탐광사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기존 보유 광산을 확장하고 개발 채널을 다변화한 신규 투자로 철광석의 경우 2015년에 종합상사들이 보유하게 될 개발량은 약 1억1,700만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종합상사들이 적극적인 투자 자세를 견지하고 있지만, 자원 개발 비용이 상승하고 위험국 투자가 늘어남에 따라 개발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종합상사들은 사내 투자 리스크 관리를 강화함과 동시에 다른 나라 기업과의 공동 개발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고로사들도 지분확보에 적극적 투자>
  신일철의 경우 철광석의 자주개발 비율이 30%에 달하는 등 일본 고로사들도 철강원료에 있어서 상당한 양의 개발 지분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종합상사에 의한 안정된 공급기반이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개발 투자에 있어서 지금까지 대체로 소극적인 입장을 취했고, 자원 메이저사나 종합상사와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원료 확보 전략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고로사들도 원료 개발 투자에 적극적인 입장으로 변화하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신일철의 브라질 자회사인 우지미나스는 올해 현지 철광산을 매입하고 생산능력을 현 500만톤에서 2,900만톤까지 확장할 계획이고, JFE는 자회사인 JFE상사를 통해 호주 소노마 광산 등 원료탄 개발을 늘리고 있으며, 페로실리콘 등 비철자원에 대한 관심도 높이고 있다. 

  신일철의 무네오카 사장이나 JFE홀딩스의 수도 사장은 올해 들어 직·간접적으로 개발 투자 확대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정부는 개발원조 앞세워 외교적 지원>
  일본 정부도 자원 외교를 통해 철강원료를 포함한 자원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희소 금속의 매장량이 많은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외교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1993년부터 5년마다 아프리카 각국의 정상들과 아프리카에 대한 지원책을 논의하는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를 개최하고 있는데 지난 5월 개최된 4차 회의에서는 25억 달러에 달하는 공적개발원조(ODA) 지원 규모를 두 배로 확대할 것을 약속한 바 있다. 제공된 ODA 자금은 인프라 개발 등에 사용되어 종합상사를 비롯한 일본 기업의 아프리카 진출의 발판이 되고 있다. 

  지난 5월 대형 종합상사 전직 임원 출신이 광물자원이 풍부한 보츠와나 대사로 임명된 것도 자원외교 강화를 위한 방편이라 할 수 있다. 그 밖에도 민간 부문의 탐사 비용을 지원하거나 위험국에 대한 보험 인수를 확대하는 등 재정적인 지원도 펼치고 있다. 

  일본은 고로사·종합상사·정부의 긴밀한 협조 관계를 기반으로 철강원료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도 최근 철광석·유연탄·니켈을 비롯한 6대 전략 광종의 자주개발 비율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안정된 철강원료 확보 여부가 철강사의 경쟁력에 직결되고 이는 곧 국가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우리나라도 민간과 정부의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원료 확보 전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포스코경영연구소>이상규 책임연구원

정하영기자/hyjung@sn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