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산업에 있어 ‘경쟁’이 주는 의미

2008-09-29     정하영

경쟁촉진은 외부요인 탓·한중일 3국간 경쟁 '최대 과제'
경쟁 심화 당연·방치는 '잘못'…美·日 등 선진국 사례 고려해야 
특성상 계획적 정부 산업정책 '필수'·산업 내외 협력 '절대적'


  미국의 금융위기가 실물경제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세계 경제가 위축되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철강산업의 경우 7월말 이후 가격조정기가 단기간에 끝나고 다시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다소 빗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일부에서는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 경쟁이 빗어낸 참극이라는 분석도 하고 있지만 시장 중심의 경쟁 체제가 경제는 물론 사회 성장과 발전의 가장 최상의 동력임을 의심하는 시각은 그렇게 많지 않은 듯하다.
  하지만 우리는 철강산업에 있어서도 완전 자유경쟁이 가장 최선의 시스템인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그런데 최근 우리 업계에서는 한국 철강산업 내에서 시장경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문제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 그 탓으로 현재와 같은 한계에 도달해 있으며 최근 경쟁 촉진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더불어 이러한 경쟁 심화는 앞으로도 불가피한 일이기 때문에 개별 기업의 경우 시장변화에 적극 적응해 나가는 것만이 살길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 주장은 우선 그럴 듯하게 들린다. 미사여구(美辭麗句)와 같은 “경쟁”이라는 말이 주는 뉘앙스가 그럴듯함은 물론 방향도 제시해주고 있는 느낌이 들기 때문일 것이다. 

  첫 번째로 “한국 철강시장이 비경쟁에서 경쟁으로 복원하고 있다”는 주장은 무릇 우리 철강산업을 이해하고 있는 철강인들이라면 잘못된 설정임을 간파할 것이다.
  대한민국 철강산업은 국가 주도로 맨손에서 출발했다. 경제개발 계획으로 대표되는 우리 정부의 성장전략은 선택과 집중이었으며 철강산업은 대표적으로 집중을 통해 성장한 산업이다. 당연히 ‘경쟁’은 존재할 수 없었으며 이러한 보장 하에서 우리 철강산업은 성장을 거듭해 국가 산업 전체 발전의 밑거름 역할을 훌륭히 해온 것이다. 

  따라서 과거의 비경쟁을 잘못되었던 일로 폄하해서는 안 될 일이다. 정부에 대해서도 과거의 성장 지원 정책은 쉬운 정책이었다고 폄하하는 것은 그야말로 언어도단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결론적으로 존재하지도 않았든 경쟁으로의 복원이 아니라 새로운 경쟁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표현이 올바른 표현이요, 판단이 되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현재 국내 철강산업에서의 경쟁 촉진을 새로운 트랜드로 지적하고 현대제철의 일관제철 부문 진입, 냉연판재류 부문에서의 경쟁 심화, 철스크랩 산업에서의 경쟁 증가, 협폭 열연강판 수입 증가, 200계 STS의 시장 확대 등을 그 예로 들고 있다.
  실제로 현대제철의 일관제철 진입과 같은 새로운 변화는 분명히 경쟁을 촉진시키는 주요한 요인이 될 것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여전히 일방적 상황에 놓여있는 스크랩 산업에서 경쟁이 촉진되고 있다는 판단은 언어도단에 불과하다. 협폭열연 수입이나 200계 STS시장 확대를 놓고 경쟁촉진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겉과 순간만 보고 내린 그럴 듯한 차용(借用)에 불과하다. 
  거리(?)를 만들어내기 위한 의도적 전제라는 사실을 해당 분야 당사자들은 물론 철강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철강인이라면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다. 

  특히 국내 업체와 시장의 변화보다도 더욱 심각한 경쟁 촉진 요인은 바로 글로벌화임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일일 수밖에 없다.
  지리적·사회적 환경 탓에 동북아 3국인 한국, 중국, 일본 3국간의 경쟁 심화가 가장 중요한 경쟁 촉진 요인이요, 현재의 시장 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는 주요인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이러한 경쟁 촉진 요인을 정확하게 파악했다면 과연 경쟁에서 승리하는 방법으로 개별기업의 노력만이 최선이라는 주장은 잘못된 것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여전히 국가 주도로 경쟁을 제한하고 있다. 중국은 다운스트림(유통, 수요) 부문에서는 경쟁을 인정하지만 공급 부문에서는 강력하게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만 경쟁을 당연한 것으로 방치하는 것이 과연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철강산업의 특성상 계획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정부의 산업정책과 산업 내, 산업 간 협력체제 구축만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는 더욱 유효하고 실질적인 방법일 것이다.  

  경쟁이니, 촉진이니, 통합화와 같은 언어적 유희는 일단 멋있게 들린다. 하지만 역사와 상황을 꿰뚫는 정확한 현실 파악과 대안은 반드시 아름답지만은 않다. 이것을 구분할 수 있는 진정한 혜안(慧眼)은 바로 철강인들과 정부 관계자들의 몫일 것이다.  


정하영기자/hyjung@sn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