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바다로 간 까닭은?

2008-11-07     심홍수

지난 4일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50여명의 철강업계 초중급사원 교육 참가자들이 하릴없이 쌀쌀한 바닷바람을 맞고 있었다. 철강업계 교육 참가자들이라면 불꽃이 튀고 강철이 부딪히는 생산 현장을 견학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예정대로라면 대한제강의 생산 공장을 견학하고 있을 이들이 공장이 아닌 해수욕장에 온 것은 무슨 까닭일까.

사정은 이렇다. 자동차 제조공장을 견학한 뒤 대한제강으로 이동하려던 교육생 일행은 대한제강으로부터 견학이 어렵게 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일정 시간에 임박해서 대한제강 측이 견학 일정을 급하게 취소한 것. 워낙 급하게 연락을 받은 탓에 대체 일정을 구하지 못한 것이다.

이번 일에 대해 해당 공장 측은 갑작스런 설비 문제로 인해 공장 가동이 중단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견학의 효과가 떨어지고 점검으로 인한 교육생들의 안전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제강 측의 입장도 이해는 되나 작은 일로 큰 것을 놓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우선 견학이 예정된 교육생들은 일반인도 아닌 철강업계에 이제 막 발을 들인 신입사원들이 대부분이다. 멀리는 장차 우리나라 철강산업을 짊어지고 갈 동량지재(棟梁之材)이자, 가깝게는 미래의 잠재적인 거래선이다. 철강 제품이 생산되는 과정을 볼 수 있다는 기대에 부푼 이들이 갑작스런 일정 취소에 가졌을 실망감이 눈에 선하다.



비록 문제가 있을 지라도 일단은 교육 일정에 맞춰 교육생들을 맞아 사정을 설명하는 것이 도리 상 맞는 일이다.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약속이 아닌가. 이번 일로 그 동안 업계에서 쌓아온 대한제강의 깨끗하고 신사적인 이미지에도 흠이 생기게 됐다.

대한제강은 지역 라디오에도 광고를 집행하는 등 기업 이미지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사소한 약속이라도 일단 약속은 그 사람의 신의와 관계된 일이다. 당장 눈앞의 곤란함을 감추기 위해 사람들의 믿음을 저버린다면 그 동안 들인 비용과 공들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심홍수기자/shs@sn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