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조정의 원칙과 시기에 대해

2008-11-11     정하영

최근 철강재 가격 조정과 관련된 2가지 사안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최근 농원용 강관 제조업체들이 가격과 관련해 큰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는 것이다.  
농원용 강관의 최대 수요가인 농협이 농원용 강관 구매가격(통칭 계통가격)을 약 6.5% 인하하려 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에 농원용 강관 제조업체들은 단체로 농협 관계자를 면담, 가격 인하조정의 부당함을 설명했지만, 농협의 반응은 시큰둥했던 모양이다. 

FTA, 쇠고기 수입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농민들에게 공급하는 농원용 강관 가격을 서둘러 낮추려는 농협 관계자의 충정(?)은 십분 이해되지만 당하는 업체들의 입장은 그야말로 업친 데 덮친 격이요, 낭떠러지로 밀리는 느낌인 모양이다. 

그 이유는 지난 7월 소재인 냉연강판, HGI 등의 가격이 약 25% 인상됐을 때, 농원용 강관 계통가격은 평균 16% 인상에 그친 바 있다. 업체들은 그동안 한계원가 극복에 총력을 기울여 겨우겨우 경영을 해왔는데, 현재 소재 가격이 아직 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품 가격을 인하하게 되면 그야말로 한계원가 이하의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결국 이번 농협의 결정이 강행된다면 농민을 살리기 위해 강관 제조업체들을 죽이는 결과가 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지난 11월 6일 저녁 발표된 지식경제부의 “최근 국내 원자재 가격동향”이라는 보도참고자료가 있었다. 
핵심은 7월 이후 국제 원자재 가격은 크게 하락했는데 철근, 형강, 특수강, 선재 등은 가격을 인하한 반면, 후판, 열연강판 등 판재류는 가격 조정이 적기(?)에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이를 적극 반영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또한 이들 품목의 주 생산자가 포스코인데 일관제철소 원료인 철광석, 유연탄 가격변화가 없어(좀 어려우나) 국제 가격이 급락한다면 인하되도록 검토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를 대하는 포스코 등 해당 철강사들의 입장은 참으로 착잡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철강재 가격조정에 관여했던 것은 벌써 십수년 전 옛날 이야기요, 가격 조정은 시장원리에 의해 해당 업체가 결정할 사안인데 무엇 때문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려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원료 가격이 변동하지 않아도 가격을 내리도록 하겠다는 것은 너무 무리한 판단이요, 요구라는 느낌이 들 것도 분명하다. 

아무튼 가격 급등이나 급락 시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은 첨예하게 달라진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원리에 의해, 또 갑과 을이 모두 인정할 수 있는 합리적인 시기에 가격이 조정되어야만 한다.  

판재류 가격을 시장원리와 상관없이 내리도록 검토하라는 지경부 관계자나, 인하요인이 없음에도 이를 강권하는 농협이나 너무도 비슷한, 잘못된 판단과 기준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음이다. 


정하영기자/hyjung@sn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