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유재철 한국철근가공업협동조합 이사장
“현행 재하도급 방식 개선 필요”
낮은 채산성ㆍ건설사 부도 큰 위협
- 경제적인 측면과 품질 측면에서 공장가공 방식은 현장가공에 비해 우위에 있다. 우선 공장가공 방식은 자동화설비를 통해 작업하기 때문에 단품 기계를 통해 인력으로 가공하는 현장가공 방식보다 작업 능률이 뛰어나다. 가공에 들어가는 시간 대비 비용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공사 일정에 맞춰 가공된 철근을 현장에 배급할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전체 공기도 앞당길 수 있다.
▲ 철근 공장가공 시장의 현황은 어떤가
- 전국적으로 약 60여개가 분포해 있다. 이 숫자는 일정 규모 이상의 가공공장을 갖추고 있는 업체 수다. 농지에 천막 치고 단품 기계로 가공하는 영세업체까지 합친다면 100여개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소규모업체의 경우 신설과 폐업이 잦아 이를 집계하기 어렵다. 중대형 가공업체의 경우는 올해 대한제강이 화성에 가공공장을 도입한 것을 제외하면 2006년 이후 시장 구도에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철근 가공의 경우 가공철근의 연간 산출량조차 집계되지 못하고 있다. 또 전체 가공비의 절반 가까이가 운송비에 소요되는 만큼 지역별로 시장이 구축돼 있다. 이 때문에 전체적인 시장 점유율을 산정하기 어려운 특징이 있다.
▲ 철근 가공업계의 최대 현안은 무엇인가
- 업체 간 저가 입찰로 인한 가공단가 하락이 큰 문제다. 철근 가공단가는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아파트 등의 건축공사는 톤당 3만6,000원, 토목공사는 톤당 7만원에 달했지만 지금은 건축공사의 경우 톤당 2만8,000원에도 못 미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운송비 1만2,000톤을 제하면 인건비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공장가공업계의 최대 화두는 종합건설사와의 직계약이다. 현재의 철근 가공은 종합건설사가 전문건설업체와 하도급 계약을 맺으면 전문건설업체가 다시 가공업체에 재하도를 주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때문에 가공업체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책임 소재도 불분명해 자칫 품질 저하의 문제가 발생할 위험도 있다.
최근 전문건설업체의 부도가 이어지고 있어 재하도급 계약을 맺은 전문건설업체가 부도 처리될 경우 가공업체는 고스란히 피해를 입게 되는 불합리한 점도 있다. 종합건설사와 철근 가공에 대한 직계약을 맺으면 철근 가공업계는 수익성 개선과 부도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종합건설사는 공사비 절감과 품질 개선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 조합 측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 종건사와의 직계약 추진 외에도 철근 공장가공 품셈 조정, 철근 가공 형상 표준화 등이 있다. 품셈의 경우 건설 공사에 있어 가공단가 산정의 기준이 되고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낮게 책정된 현행 품셈의 조정은 필수적이다. 현재 연구용역기관이 조합이 추천한 경기 지역의 가공업체 3곳에 대해 재실사에 들어간 상태다. 철근 가공 형상 표준화는 표준화 자체로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이미 가공업계에서 성형해오던 형상이기 때문이다.
다만 품셈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 법령이나 정부 문건에 ‘철근 공장가공’이라는 용어가 쓰인 바가 없기 때문에 ‘공장가공’이라는 말이 공식적으로 채용된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이와 관련해 건설산업기본법시행령 별표에 수록된 일부 내용의 수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를 통해 철근 공장가공의 인식 재고와 저변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 공장가공의 향후 전망은?
- 악조건 속에서도 철근 공장가공 시장은 여전히 잠재력이 높다. 지하철 공사에 투입되는 가공 철근은 전량 공장가공 박식을 통해 성형된다. 또 한국주택공사가 자사가 시행하는 모든 공사에 철근 공장가공 방식을 도입키로 결정한 것을 비롯해 서울시의 임대주택 건축 역시 공장가공 비율을 높여가고 있는 추세여서 공장가공에 대한 수요는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심홍수기자/shs@sn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