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호 강구조물공사업협의회장

2008-12-11     심홍수

“현 공장인증제도가 오히려 부실기업 부추켜”
공장인증 개선 필요하지만 서열화ㆍ퇴출 등엔 반대


올해 들어 강구조물업계는 강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납품단가 현실화와 경기 위축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 등 어려움을 겪어왔다. 전문건설협회 산하 강구조물공사업협의회에서는 강구조물업계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강구조물업체들의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김인호 강구조물공사업협의회장을 만나 강구조물업계 현황과 공장인증제도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김인호 회장은 현재 강구조물공사협의회장과 영화엔지니어링 대표를 맡고 있다.

 ▲ 강구조물 시장의 현황은 어떤가

- 전국적으로 약 700개가 넘는 강구조물업체가 분포하고 있으며 강구조물공사면허를 받은 업체는 500여개사 정도 된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검단이나 대부도 일대에는 천막을 쳐놓고 형강 등을 가공하는 사업장이 강구조물 제작을 함께 하는 경우도 많았다. 업계에서는 이들 제도권 밖의 업체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매출이 강구조물업계 전체 매출의 4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것은 국내 강구조물의 품질을 낮추는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 그렇다면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 국내 강구조물업체들이 안전이나 품질에 대한 관념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건설기준법을 엄격히 해석하면 강구조물공사업 면허업체들은 구조물의 설치만 가능할 뿐 제작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업계 관행상 제작도 함께 해온 것이 이제는 관례화 됐다. 예전에는 면허조차 없는 업체들이 운동장이나 논 등에서 구조물을 제작하는 경우도 많았다. 아직까지도 국내에서는 품질관리가 단순히 도면에 충실하게 제작하는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구조물이나 플랜트 수출이 늘어나면서 품질에 대한 업계의 시각도 많이 바뀌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제품 처리나 도면과의 호환 여부를 따지는 것은 기본이고 작업장의 안전 등 작업환경이나 문제발생 시의 처리절차 등까지 꼼꼼하게 따지고 있다. 이에 대응해 사업장과 프로세스를 정비하는 업체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 협의회에서는 공장인증제도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인데

- 현재의 공장인증제도는 무엇보다 실효성이 없다. 공장인증을 받으려면 그에 맞는 설비도 갖추는 것은 물론 기술인력 확보 등 상당한 투자비가 필요하다. 또 인증절차에 들어가는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이 같은 투자에도 불구하고 공장인증을 받는다고 해서 당장 인증업체에 돌아오는 혜택이 없다는 것은 큰 문제다. 협의회 회원사 중에도 공장인증을 갖추고 사업을 하려해도 지금처럼 저가수주 경쟁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장인증은 오히려 모범적인 업체들에게 손실만 안겨주고 있다. 결국 공장인증제도가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제도권 밖 업체’들만 늘리는 셈이다.

▲ 그렇다면 공장인증제도가 어떻게 개선돼야 한다고 보는가

- 우선 공장인증업체에 대한 혜택이 있어야 한다. 당장 수요처에서 요구하지 않으면 인증의 필요성을 느끼기 어렵다. 공장인증제도의 확대를 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은 최저가 낙찰제도다. 수요처에서 품질은 보지 않고 우선 가격이 얼마나 낮은가를 먼저 고려하기 때문에 굳이 돈을 투자해가며 공장인증을 받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또 공장인증업체에 대한 세금감면이나 자금지원 등 정책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공장인증제도의 취지가 국내 강구조물업체들의 품질 및 기술력 향상에 있다. 공장인증제도의 목적이 단순히 업계의 서열화나 영세업체의 도태 등이라면 협의회에서는 반대할 수밖에 없다.

▲ 마지막으로 국내 강구조물업계에 당부하고자 하는 말이 있다면

- 한국의 강구조산업도 이제 체계화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강구조산업도 이제 20년 이상의 역사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가 당면한 어려움에 대해서는 정부의 지원과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업계 스스로도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당장의 이윤만을 생각하는 단편적인 시가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해 기술적인 측면이나 금융적인 측면에서 모두 든든한 회사로 거듭날 때이다.
 국제적인 중화학 플랜트 정비에 따른 수요 증가와 함께 우리나라도 초고층 건축 시장에 진입하면서 그에 대한 수요 역시 늘어나고 있다. 국내 강구조물업체들도 이에 발맞춰야 한다. 대규모 설비투자가 어렵더라도 생산기지 재정비와 인력 및 설비 재편성이 필요하다. 또 건축, 플랜트 등 업체별로 각 분야에 특화시킴으로써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본다.

심홍수기자/shs@sn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