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철업계, 깨지지 않는 ‘관성(慣性)’의 법칙

2008-12-22     정호근
  "안녕하셨어요~"라는 인사가 요즘처럼 무색할 때가 있었는지 싶다. 커져만 가는 경기불안감으로 숨막힐 듯 한 적막이
흐르는 요즘. 우리 비철업계는 그야말로 비상경영체제를 내걸며 연일 거친 숨소리를 내고 있다.

마치 체력의 한계를 시험하듯, 몰아친 악재들은 우리 비철업계를 스스로 인정하는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만나는 비철업계 관계자들 모두 “10여 년 전 IMF 시절도 이렇진 않았습니다”라는 말을 성토한다. 
이미 감당하기 힘든 원자재 구매 손실과 환차손. 아무리 발버둥 쳐도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것 같은 수요부진. 요즘 비철업계가 내쉬는 한숨이 마치 SOS를 외치는 비명처럼 들릴 정도다.

모두가 위기를 외치고 있지만, 우리 비철업계의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 같다.  단지, 예전보다 그날 그날의 비철시세와 환율을 좀 더 자주 확인하고 기대와 실망을 반복할 뿐.
위기극복을 위해 기존의 틀을 깨는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원자재 가격과 환율의 급변으로 치명상을 입었지만, 누가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의 관심사 외에는 관련 리스크 관리 보완에는 큰 관심이 없다. 수요부진을 뚫어낼 신수요 창출에 대한 적극성도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 아직은 위기가 아닌, 버틸 만 하다라는 체감 때문이라면 오히려 좋겠다.

“생각보다 더 안 좋아질 수 있습니다”라는 전문가들의 솔직한 전망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 비철업계에 오랫동안 지속된 관성(慣性)을 지적하고 싶다.
관성은 비철업계가 공감할 만한 또 다른 특징인 ‘보수성’과도 크게 다르지 않은 의미다. 그동안 절체절명의 위기 없이 괜찮은 성장을 지속해오면서 생긴 위기의 둔감함이라는 설명이 맞을지 모르겠다.
이유가 어찌됐건, 비철업계는 자신의 위기를 불안해하고 대안을 찾기보다 왠지 경쟁업체의 위기가 먼저 오기를 기다리는 눈치다.

물론 잠시 몸을 움츠리다 불황의 먹구름이 생각보다 빨리 걷힐 수도 있다. 하지만 위기를 넘겼다고 강해졌다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언제든 똑같은 위기가 찾아오면, 똑 같은 어려움은 반복될 것이다.

진심 어린 애정으로 우리 비철업계에 묻고 싶다. 변하지 못하는 이유가 고질적인 관성 때문은 아닙니까?


정호근기자/hogeun@sn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