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을 마무리 하면서
2008-12-31 정하영
올해 철강금속업계를 한마디로 정리하는 가장 적합한 말은 “정상(頂上)에서 나락(奈落)으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상반기의 극도의 호황에서 하반기, 특히 4분기 이후 상상을 초월하는 폭락, 그리고 불안감과 위기감 확산으로 2008년을 가장 극명하게 정리해본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계속된 세계 경제의 호황과 이를 바탕으로 한 세계 철강재 수요의 꾸준하고도 급격한 증가는 세계 철강산업의 ‘신성장 시대’라는 말을 이끌어 내기에 충분했다.
특히 2007년 4분기부터 시작된 세계 철강재 가격 랠리는 2008년 들어서자마자 더욱 빠른 상승 움직임을 보였다. 여기에 철광석, 유연탄에 이어 철스크랩(고철) 등 연원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철강재 가격 상승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어버렸다.
그 결과 꿈에서나 상상해 볼 수 있었던 열연강판 가격 1천달러 시대가 현실로 다가왔다. 지난 5월 고가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 톤당 1천달러를 넘어선 열연강판은 7월에는 드디어 1,204달러까지 올라가는 기염을 토했다.
국내시장의 경우 상대적으로 비탄력적인 가격 움직임으로 인해 수급 왜곡 현상이 발생하는 등 문제가 크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고 국내 철강재 가격도 원료 연동이나 매월 또는 적어도 분기별 가격조정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이런 호황기에도 불구하고 철강금속 업체들의 경영실적은 원료 확보나 제품 판매 시장에서의 자유도 여하에 따라 극단적으로 갈리는 현상이 확산됐고 동일 제품의 경우에도 일물일가(一物一價)라는 철강재 가격의 고유특성이 깨지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우려와 걱정은 잠시뿐, 올라간 것은 결국 떨어지기 마련. 세계 철강시장은 7~8월을 변곡점으로 급격한 하락 추세로 전환되고 말았다. 이후 하락 속도와 폭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불과 2개월여 만에 정점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내려않았으며 12월에는 연초 가격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576~592달러 수준까지 내려가고 말았다.
더불어 세계적 경제위축과 수요산업의 생산 활동이 급격히 저하되면서 철강수요마저 감소하게 돼 가격 하락과 판매 부진이라는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원/달러 환율의 급등은 수입 유통업체들을 극도의 자금난으로 몰아넣었으며 건설부문의 장기 침체가 가중되면서 상당수 유통가공업체들에게 엄청난 시련을 강요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철강금속 제조업체들 역시 환차손, KIKO 피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국 4분기 이후 철강시장은 구매자 주도 시장(Buyer's Market)으로 전환됐으며 철강금속업체들은 이 상황을 위기국면으로 보고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감산과 가격유지, 원가절감의 시스템화 등 불황 극복을 위한 체질 전환으로 위기를 극복해 나가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그렇게 2008년은 기쁨과 환희에서 고통과 인내를 요구하는 양상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우리 철강금속인들의 위기극복 의지와 능력은 이미 충분히 입증된 일이다. 여기에 불황 극복 이후까지 염두에 둔 전략이 성공을 거두게 된다면 그야말로 위기는 기회가 되기에 충분한 일이라 여겨진다.
정하영기자/hyjung@sn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