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액의 절반이 바로 ‘적자’ 입니다"

2009-01-12     정하영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종료된 2008년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액이 전년도 실적을 웃돌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경기침체가 극심한 때라 당연히 모금액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오히려 반대로 나타났다. 

  조선일보는 우리 민족의 위기 극복 능력이 유전자(遺傳子)에 깊이 내재돼 있는 전통과 같은 저력임을 여러 가지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배려와 나눔의 유전자라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어려울 때 가족과 지역공동체를 챙기는 한국식 ‘확대 가족주의’ 전통이 기부와 같은 나눔으로 반영된 것“으로 설명했다. 바로 배려와 나눔의 전통이 두레·향약·품앗이 등임을 우리는 잘 기억하고 있다. 

  이러한 나눔의 전통이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의 하나인 ‘사람’과 결부돼 최근 확산되고 있는 움직임의 하나가 바로 감원이 아니라 감봉을 택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철강금속 업계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최근 확산되고 있다. IMF 시절 어쩔 수 없이 택한 감원이었지만 그 결과로 나타난 인재 부족 사태는 불황기 이후 회사 성장에 큰 걸림돌이 되었던 학습효과 때문이기도 하리라. 

  감원 대신 감봉 선택은 개인과 가정을 보아서나 기업의 중장기 성장을 위해서도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우리는 철강금속 업체들에 있어 이러한 선택이 좀 더 넓은 안목에서 확대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누누이 강조해 왔듯이 ‘인재’의 틀 안에 ‘협력업체’도 함께 포함시켜야 한다는 이야기다. 

  자동차나 가전사는 두말할 것도 없지만 협력업체들의 중요성과 가치는 철강금속 제조업체들의 경우에도 경쟁력을 좌우하는 관건 중의 하나다. 

  협력업체의 중요성은 최근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가 미국 정부의 자동차 빅3 지원 계획에 대해 찬성 의견을 낸 사실이 극단적으로 잘 설명해주고 있다. 
  정부지원금은 분명 WTO 규정에 위배되는 정부보조금이 분명하다. 따라서 글로벌 경쟁업체인 빅3에 대한 지원을 반대하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된다. 하지만 도요타는 찬성했고 그 이유는 빅3 협력업체의 상당수가 자신들에게도 납품하는 협력업체라는 이유였다. 

  또 한 가지 토요타의 빛나는 전통 중에 하나는 협력업체의 관련 사업부문에 대해서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흑자가 나도록 해준다는 사실이다. 

  국내 철강금속 제조업체들도 많은 내화물 압연유 페인트 롤과 같은 적지 않은 부자재, 정비, 부품 등의 협력업체를 갖고 있다. 그런데 최근 파악한 바에 따르면 모 철강 제조업체에 수억원의 부자재를 납품한 협력업체는 그 자리에서 납품 대금의 절반 정도가 적자가 났다는 이야기다. 불리하게 작용한 환율과 낮은 납품대금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업체 대표는 싫은 소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을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철강금속 제조업체들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감산은 계속되고 있고 판매량 확대에 대한 미래는 별로 보이지 않고 있다. 마른수건도 다시 짜야 할 입장임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견 기업 이상 철강금속 제조업체들은 2008년 흑자를 냈다. 또 당분간 견딜 수 있는 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내력이 짧은 협력업체들에게 도저히 이익을 낼 수 없는 턱없는 납품가격을 종용하는 것은 결코 우리의 전통인 나눔과 배려가 될 수 없다. 

  불황기 이후 호황이 돌아왔을 때, 기업 내 인재 부족도 문제지만 우수한 협력업체가 없다면 그 또한 성장의 커다란 걸림돌이 될 것이 분명하다. 구호가 아닌 진정한 협력업체와의 상생정신 실천이 요구되고 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