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제철, 구조조정 대상인가?(2)
냉간압연업계 경영난 심화…공급과잉이 근본 원인
구조조정 필요성 대두…동부제철로 관심 집중돼
구조조정 보다는 감산 등 탄력적 대응·상생의 묘가 중요
지난 1월 13일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중견 대기업 유동성 문제로 산업은행 등에서 그룹별로 면밀히 모니터링 하고 있다”며 “상반기 경기 침체 과정에서 부실이 발생할 경우 선제적 구조조정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중견 대기업의 개념을 묻는 질문에 “동부·두산 등과 같이 거대 기업집단이 아닌 그룹을 칭한다”고 말해 동부그룹과 두산그룹의 계열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동부그룹의 경우 일간지나 경제지에 냉간압연 전문업체인 동부제철과 반도체업체 동부하이텍이 구조조정 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성 기사가 보도된 바 있다.
동부제철의 경우 현재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고 냉연판재류의 공급과잉이 겹치면서 유동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슬래브 공법에 의한 열간압연강판(Hot Rolled Steel Sheet in Coil : HR) 생산을 위한 전기로 투자와 열간압연 설비 투자 등 약 6,200억원 이상의 투자를 추진하면서 산업은행에 2,500억원 상당의 시설투자 자금 대출을 승인받은 바 있으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원화환율의 약세로 인해 시설투자 자금이 8,460억원으로 급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각종 자구 노력 이어져, 시장에선 자금 유동성 불안감 ‘여전’>
결국 14일 전 위원장의 적극적인 해명으로 투자 안정성이 살아나면서 동부그룹 관련 주식이 상승하는 등 진정 국면을 맞이하긴 했지만 일부에서는 동부그룹의 경우 그간 제기돼 온 동부제철 등 핵심 계열사들의 자금 유동성 위기설 등이 상승 작용을 일으키면서 정말 구조조정 대상이 된 것은 아닌가란 의혹은 오히려 더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동부제철은 이미 지난해 12월 12일 공시를 통해 열연강판 수입 대금에 대해 유산스(Usance) 단기차입금 상환 목적으로 산업은행으로부터 2,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키로 했으며 유산스 결제를 위한 15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오는 22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히는 등 최근 자금 유동성 확보를 위한 각종 노력을 펼쳐나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24일에는 동부제철이 보유한 강남구 대치동 소재 동부금융센터 빌딩 소유 지분을 동부화재해상보험에 매각키로 했다. 회사측은 보유 부동산 매각을 통한 자산운용의 효율성 증대를 위해 159억8,000만원에 동부화재에 매각키로 했으며 이번 거래로 60억8,100만원의 이익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동부생명주식 273만9,042주도 매각해 355억4,500만원을 확보하게 됨으로써 보유 부동산 매각대금을 포함해 총 515억2,500만원의 현금을 확보하게 됐다.
여기에 올해 초 당초 동부하이텍이 보유하고 있는 동부상호저축은행 주식을 취득하려 했으나 금융감독원의 승인이 이뤄지지 않아 결국 계약을 취소돼 결과적으로 동부상호저축은행 주식 91만6,812주 취득금액 244억원에 대한 여유가 발생된 것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또한 생산직을 제외한 전 임직원이 연봉 30%를 삭감하는 조치를 내린 바 있는 등 자구책 마련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은 다소 멀어 보인다. 지난해 9월말 현재 차입금 규모가 8,448억원으로 2007년말에 비해 8.2%가 늘었고 환율 상승 등에 따른 영향으로 전기로 투자금액도 기존 6,200억원에서 8,460억원으로 대폭 확대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용등급 BBB로 연이은 회사채 발행에 성공한 것은 나름 최근의 자금 건전성이 확보된 것이란 평가도 있지만 한국신용정보평가측은 전기로 투자가 완료되는 올해 상반기까지 부족자금을 결국 외부차입이나 관계사 지원에 의존하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이는 전기로 투자와 관련된 자금 창출이 내부에서 넉넉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임을 반증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전기로 투자가 완료된 이후 사업이 안정궤도에 들어서려면 다소 시간이 필요한데다가 최근의 현금 확보 노력 등이 결국 그간의 자금 흐름이 어려웠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란 주장도 제기되는 등 시장에서의 자금 유동성 위기설 등은 좀처럼 쉽게 종식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또한 포스코로부터 구매한 원자재인 열연강판 구매대금 납부 연기 요청을 한 바 있으며 해외로부터 구매한 설비대금 지급도 연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철강업계에서는 동부제철의 자금사정이 극도로 악화된 것 아니냐는 소문이 나돌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미국 발 서브프라임 사태로 야기된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번지면서 최근 가동률이 50~60% 대를 유지하면서 재고품을 헐값에 판매하고 출혈 수출을 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냉간압연 전문업체 가동률 급락, 경영난 심화>
기실 국내 냉간압연 설비능력은 크게 증가했다. 포스코의 냉간압연 설비능력이 연간 1,124만톤(광양 2냉연 합리화 완료 후), 현대하이스코 연간 330만톤, 동부제철 연간 240만톤, 유니온스틸 연간 200만톤 등 우리나라 냉간압연 설비능력이 연간 1,894만톤에 이르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국내 냉간압연 전문업체인 동부제철, 현대하이스코, 유니온스틸은 생존이 가능할까?
국내 냉연판재류 산업은 고로부터 출발한 것이 아니라 연합철강(현 유니온스틸)과 일신제강(현 동부제철)부터 태동했고 후에 포스코에서 냉간압연 설비를 신설하게 됐다. 이후 현대하이스코가 강관 전문업체에서 냉간압연 설비를 신설하면서 냉연판재류 업계에 참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공정인 열간압연 설비는 증설이 미미한 반면 포스코와 냉간압연 전문업체인 현대하이스코, 동부제철, 유니온스틸이 각각 PL/TCM(연속산세압연설비) 및 CAL(연속소둔설비) 등 대량 생산체제를 도입하면서 상공정 부족과 하공정 공급과잉 상황이 고착화 되기에 이르렀다.
즉, 원자재인 열연강판(HR)이 부족하여 일본·중국 등에서 연간 800여만톤을 수입하는 반면 냉연판재류 즉 냉연강판, 아연도금강판, 컬러강판 등은 공급과잉 상태가 발생하게 됐다.
이에 따라 만성적인 열연강판 부족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현대제철이 일관제철소 건설에 나서고 동부제철은 전기로에 의한 열연강판 생산(박슬래브 공법) 설비를 건설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지난해와 같이 철강 호황기에는 냉연판재류의 공급과잉 문제가 돌출되지 않았으나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면서 지난해 11월부터 냉간압연 전문업체인 현대하이스코 동부제철 유니온스틸의 가동률은 50~60% 대에 머물면서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전광우 금융위원장의 발언은 동부제철이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확산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과연 동부제철이 구조조정 대상인가?>
그렇다면 냉간압연 전문업체 중 동부제철이 구조조정 대상이 될 것인가?
현재 우리나라 철강산업의 현황을 냉철하게 분석해보면 동부제철 현대하이스코 유니온스틸 포스코강판 세아제강 냉연부문 중에서 어느 업체든 한 업체만 구조조정된다면 남은 업체의 경영에 숨통이 트일 수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구조조정이 되더라도 철강설비는 몇 조원의 투자가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주인만 바뀌고 설비가동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설비 폐쇄가 아니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조조정의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고 상생을 추구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상생을 위해서는 1차적으로 감산을 통해 정상적인 가격을 확보하여야 할 것이고 2차적으로는 포스코 현대제철 등에서 저렴한 원자재인 열연강판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불황에서도 적정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일관제철소와 냉간압연 전문업체 간 상생협력 방안을 강구하면서 우리나라 철강산업을 지지해 주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정하영기자/hyjung@snmnews.com
유재혁기자/jhyou@sn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