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택 회장 퇴진과 후임 CEO의 역할
2009-01-20 정하영
이 회장은 “6년의 재임 기간 중 가장 힘든 일이 전문경영인, 사외이사제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었다. 한국에서도 포스코가 대표적 모델인 전문경영인 제도가 발전해야 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또 “최고경영자는 임기에 연연하지 않아야 하고 현재와 같은 비상 경영 상황에서 새 인물이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해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본인의 소임을 어느 정도 완수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후진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해 용퇴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외풍 또는 외압에 의해 그만두는 것 아니냐 하는 추측기사가 있는데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이 사퇴를 밝힌 15일은 포스코의 기업설명회 자리였다. 때마침 포스코의 2008년 경영실적은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각각 38%와 52%가 증가하는 최대의 호실적을 거둔 것이다.
이런 최고 경영실적을 발표하는 날, 회사를 이끌어온 수장이 사퇴하는 어색한 자리가 되고 말았다. 이 회장이 구태여 외압이 없음을 강조했지만 어느 누구도 그것을 믿을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참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수 없다.
초대 박태준 회장을 비롯해 포스코 회장은 정권 교체와 함께 바뀌는 자리가 되고 말았다. 그 전통 아닌 전통이 이번까지 이어진 것이다.
사실 정권의 ‘포스코 흔들기’라면 그것은 참으로 문제가 많은 일이 아닐 수 없다. 2000년 민영화를 통해 국민기업 포스코는 순수 민간기업으로 재탄생했다. 더구나 외국인 지분이 약 43% 정도에 이르는 글로벌기업이다.
포스코에 대한 관심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동종업계는 물론 수요업계, 나아가 지분을 소유한 이들에게는 상당한 관심을 끌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런 회사가 정권에 의해 CEO가 바뀌는 등 외압에 시달리는 것을 본다면 한국 시장에 대한 그들의 평가는 그야말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민간 기업에 대한 평가는 최종적으로 경영실적과 비전에 대해 주주들이 판가름하는 것으로 자유경제 시장의 근간이다. 그것이 뿌리 채 흔들리는 모습은 포스코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기업환경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게 될 것임에 분명하다.
그렇다면 최고의 실적을 거둔 CEO가 임기를 남기고 사퇴하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일부에서는 포스코 회장 자리가 ‘정권의 몫’ 아니면 적어도 ‘권력의 측근’이 앉는 자리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포스코 내부에서도 경영진 스스로가 외풍에 의연한 독립적 경영체제를 갖추지 못하고 정권의 코드에 맞추어 온 것이 작금과 같은 상황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제 우리는 대한민국 최고 기업의 하나이자 세계적 철강사인 포스코의 새로운 CEO를 맞게 된다. 최근 분위기는 철강이라는 특수성, 전문성이 고려돼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는 배제되고 내부 인사가 유력하게 부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능력 있는 외부 인사가 폐쇄적인 포스코의 기업문화를 개혁할 필요도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전임 회장 중 유일한 외부 인사였던 김만제 전 회장에 대한 평가가 내외부에서 모두 긍정적인 면이 많았음을 기억할 때 더욱 그렇다.
아무튼 후임 회장은 극심한 철강산업의 불황을 극복해야 함은 물론 정권에 취약한 포스코의 이미지를 불식시켜야 하는 과제도 떠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