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구조조정 기회와 당위성
2009-01-21 정하영
재무구조가 불안하고 경쟁력이 약한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특히 불황극복은 거품 제거라는 순기능과 더불어 도태 기업의 피인수, 청산 등으로 산업집중도가 제고되고 생존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순기능도 하게 된다.
세계 금융위기와 경제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활발했던 세계 철강사들의 M&A에 의한 통합 작업은 다소 주춤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속성상 이제 새로운 구조조정과 변화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국내 철강업계로 눈을 돌려보면, 특히 기업 매각이나 인수 등에 대한 인식이나, 경험, 그 능력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무엇보다 기업문화나 정서적으로 기업 간 인수합병은 쉽게 실행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수많은 기업들의 도태가 불가피했던 IMF 시절은 자연스런 구조개편을 가능하게 했다.
개별 업체들의 경우도 그렇지만 업종별로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다. 철근만 보더라도 9개 전기로 제강사와 30여 단순압연 업체들로 구성되었던 공급구조가 IMF 이후에는 제강사 6개와 10개 미만의 단압업체들로 단순화 됐다. 이후 국내 철근업계는 산업집중도 제고 및 생산성 향상, 수익성 제고를 통해 장기간의 호기를 맞았다.
현재 국내 철강산업은 경기의 좋고 나쁨과 관계없이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구조개편이 요청되고 있다. 국내 수요에 비해 생산능력이 상당히 과잉되어 있는 부문도 있다. 산업 규모에 비해 상당히 취약한 유통시스템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런데 생산능력 과잉과 유통시스템 취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국내 철강사들 간의 M&A를 통한 구조개편이다. 그러나 이는 평상 시 쉽게 진행되기 어려운 일이다. 이런 측면에서 시작된 불황기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 분명하다.
현재 철강산업의 어려움은 극도로 커지고 있다. 이미 대부분의 철강사들이 판매량 급감과 함께 감산을 시작했으며 이러한 가동률 저하 상태는 상당기간 지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자연스럽게 경쟁력이 낮은 철강사들의 도태가 예상되고 있다. 품목별로 공급과잉과 경쟁력 등을 고려할 때, 우선적으로 구조조정이 필요한 분야는 냉연판재류, 강관, 봉형강 단순압연업종을 들 수 있다.
이미 수입 및 유통, 가공업체들의 상당수가 부도라는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으며 중소 제조 철강업체들은 물론 일부 중견업체들까지 파급되고 있다. 여기에 비교적 큰 규모의 철강제조업체까지 가세하게 될 경우 국내 철강업계는 상당한 혼란을 겪게 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 혼란과 불황을 이겨낸 철강업체들에게는 다시없는 호황이, 또 철강산업 전체적으로는 구조개편과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호기가 주어질 것이 분명하다.
결론적으로 불황과 그 극복은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의 기회를 부여해 준다. 개별기업은 물론 산업정책 측면에서 이번 위기가 산업 전반의 거품을 제거하는 구조조정의 기회가 될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쌍용자동차의 예처럼 인수 의도가 다른 곳에 있는 업체, 특히 해외기업의 국내 시장진입에 대해서는 엄밀한 필터링이 필요하다. 철강산업의 특성상 그것은 너무도 큰 독소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하영기자/hyjung@sn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