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리컬럼-글로벌 철강사, 생사의 갈림길에 서다

2009-01-27     곽종헌

POSRI 박현성 수석연구위원

 

갈수록 국내외 실물경제가 나빠지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판매는 지난해 4분기 들어 30%대의 감소를 지속했고, 우리나라도 판매부진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조선산업도 중국 중심의 발주 취소사태가 일본과 독일 등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주요 경제전망기관들도 연이어 경제성장 전망을 하향조정하고 있다. 경기회복에 대한 전망도 V자형이니 U자형이니 하다가 최근에는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욕조형'으로 갈수도 있다는 비관론도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 주요 철강사들은 금년을 생존에 주력하면서 재도약을 준비하는 한 해로 삼고 있다. 다만, 감산과 같은 단기적인 시황 대응이나, 원가절감 등은 생존차원의 대응으로서 모든 철강사들이 동일한 전략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반면, 성장투자는 차별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선 일본 고로사들과 중국 대형 철강사들은 자원확보를 포함해서 계획대로 투자해 나간다는 방침을 견지하고 있다. 신닛테츠는 핵심 라인의 설비보완과 함께 도로, 건물, 배관 등의 제조기반 정비를 강화하고, 수요환경에 부합하는 효율적인 생산체제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JFE는 자국 내 조강능력 확장을 계획대로 추진하면서 글로벌시장에서의 성장기회를 계속 모색해나갈 계획이다.

바오스틸도 2012년 8천만 톤 체제를 목표로 M&A와 그린필드 등 성장투자를 계속하고, 올해를 제 2의 창업에 관건이 되는 한 해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허베이는 금년 중 당산, 한단, 승덕 3사의 통합을 완료하여 세계 2위 철강사로 도약한다는 계획 하에서 철강생산과 자원개발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이 밖에 우한, 안강, 서우강도 그린필드 건설과 고부가가치 제품의 생산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을 설정했다.

아시아 철강사들과는 달리 구미 밀의 투자전략은 "성장을 위한 공격투자 전략"과 "생존을 위한 방어 투자 전략"으로 양분되고 있다. TKS는 "세계경제가 감속 중이지만, 핵심투자는 계속한다"는 방침 하에서 브라질 슬라브 투자 등 필요한 중장기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 반면, 아셀로미탈은 원가경쟁력이 없는 주요 제철소의 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인도 일관 밀과 미국 CGL 등 성장을 위한 확장 투자는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계획이다. 타타 코러스는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기 인수자산을 매각할 가능성이 있고, USS도 핵심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강관부문 자회사의 사업부문 중 일부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시장 상황과 주요 철강사들의 전략방향에 비추어 볼 때, 금번 불황을 계기로 세계 철강업계의 질서가 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는 아셀로미탈과 타타 코러스 등 대형 밀은 퇴조하고, TKS등 중대형 밀은 약진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또 구조적인 공급과잉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과잉설비의 영구도태도 불가피해 질 것이다. 미국에서는 아셀로미탈이 유동성 문제에 봉착해 있고, 자동차 등 제조업의 퇴조가 불가피해 짐으로써 이들 밀이 생존의 위기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국에서는 바오강, 허베이, 안강, 우강 등 대형 철강사들이 차질 없는 양적 확대를 지속하고, 정부도 철강산업 진흥계획을 통해 구조조정을 추진함으로써 글로벌 철강 업계의 주도 세력으로 부상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고로사들도 성장 전략과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추구하면서 엔고를 기회로 활용하여 M&A 기회를 적극 모색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이와 같이 글로벌 철강시장은 아시아계 밀이 약진하는 가운데, 구미세가 퇴조하는 등 질서재편이 불가피해 보인다. 따라서 현재 불황기가 생존을 위한 경쟁이라면, 불황기 이후에는 승자간의 경쟁으로 그 양상이 바뀌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앞으로 철강시장은 시장의 충돌과 전략의 수렴으로 인해 사활을 건 격전의 장으로 변모하게 될 것이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수요 감소로 인해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자국시장의 문은 굳게 걸어 잠그면서도 상대방 시장을 넘보는 이율배반적 전략을 취하게 될 것이다. 즉, 수출대상 시장은 줄어드는데, 서로 수출을 확대하려 함으로써 국가간 철강 무역전쟁이 한층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다 모든 기업이 감산과 원가절감 등 동일한 전략을 구사하는 이른바 전략의 수렴현상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전략실행에 있어 속도전이 한층 가열될 것이다. 이러한 환경 하에서는 무엇보다 스피드와 신뢰기반의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차별화 무기가 될 것이다.



곽종헌기자/jhkwak@sn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