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변화에 적극 대응하자

2009-01-28     정하영

변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지만, 철강산업만 놓고 보더라도 변화의 파고는 그야말로 엄청나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세계 철강업계는 공급과잉의 고질병으로 몸살을 앓아왔다.
공급과잉은 철강재 가격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의 활기조차 빼앗아 버렸음은 물론이다.
이에 WSA(세계철강협회, 구 IISI)는 물론 OECD 철강위원회 같은 기관들은 철강산업의 공급과잉을 해소하고 이미지 개선을 위해 적지 않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기도 했다.

그런 오랜 시간 끝에 2000년대 들어서면서 세계 철강산업의 분위기는 시나브로 변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세계 경제가 호황기에 들어서면서, 특히 중국의 산업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철강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철강재 가격은 급등했고 과거 톤당 평균 300달러에 불과했던 열연강판은 500달러를 훌쩍 넘어서기에 이르렀다.

그러던 것이 2008년 들어서면서 원료(철광석, 원료탄) 가격 급등과 맞물리면서 드디어 마의 톤당 1천달러 시대를 열기에 이르렀다.
철강산업을 대하는 세계의 모습도 달라졌다. 이미 감축은 그야말로 “옛날 이야기”가 되었으며 장기적으로도 세계 철강재 수요에 대해서도 장밋빛 전망 일색이었다.

2007년 12억톤이었던 세계 철강재 수요에 대해서도 2007년말 보스톤컨설팅그룹은 2015년 17억톤으로, WSD는 2017년 18억톤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2008년 초 골드만삭스의 모 애널리스트는 2017년 26억톤에 달할 전망이며 이를 충족키 위해서는 4~5억톤의 추가증설이 필요하다는 의견까지 냈다.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할까, 세계 경제는 약 7~8년 계속된 장기 호황을 마무리하고 말았다.
미국 발 금융위기가 세계 실물경제를 강타하면서 급전직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불과 1~2년 전 호언장담했던 수요는 다 사라지고 철강업체들은 감산 체제로 급속히 전환했다.
사상 처음 감산체제에 들어간 포스코를 비롯, 세계 철강사들은 불황극복을 위해 몸부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불황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쉽사리 전망을 내리지 못하고 적지 않은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모든 것은 주기적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불황이 닥쳤으니 어떤 의미에서 다음은 다시 호황이 올 것이 분명하다. 특히 이번 불황의 원인은 금융 문제가 촉발했다.
따라서 금융 문제만 해결된다면 중국, 중동, 브라질 등 신흥성장국들의 성장 요인이 그대로 살아있는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세계경제의 회복은 예상보다 빠를 수도 있다.

이러한 와중에도 실력을 갖춘 철강사들의 투자가 계속되는 것은 바로 그 불황 이후를 내다본 당연한 전략이 아닐 수 없다.
현재 닥친 문제보다도 그 다음을 대비할 수 있는 체질과 능력을 확보하는 것만이 지속 생존성장을 보장함을 이번 불황은 여실히 입증해주고 있다. 

정하영기자/hyjung@sn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