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 아메리카` 법안 美 하원통과… 무역분쟁 불가피
경기부양 건설공사에 미국産 철강재만 사용
미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진행하는 건설공사에 미국산 철강재 사용을 의무화해 무역분쟁이 발생할 것으로 점쳐진다.
미국 연방하원은 지난 28일 경기부양법안을 처리하면서 그동안 논란이 돼왔던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조항을 부칙에 넣어 함께 통과시켰다. '바이 아메리카' 조항은 미국 정부가 이날 하원을 통과한 819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 재원을 활용해 도로 교량 등 인프라(사회간접자본) 건설공사 때 미국산 철강 제품 외에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로써 향후 미국의 보호무역에 대해 EU와 중국 등 주요 국가와의 통상 분쟁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미 상원에서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경기부양 재원이 투입되는 모든 사업에 반드시 미국산 제품과 장비만을 이용토록 하는 더 강화된 부칙까지 검토하고 있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에 대해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등 무역 상대국들은 보호무역주의로 규정하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 피터 파워 대변인은 29일 "미국에서 유럽산 제품의 판매와 소비를 금지하는 법안의 통과는 간과할 만한 사안이 아니다"면서 EU 통상담당 이사회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철강회사연합(Eurofer)은 앞서 성명을 통해 "만약 '바이 아메리카' 조항이 통과된다면 이는 WTO 정부조달 규정의 명백한 위반"이라면서 "미국이 자국산 철강만으로는 시장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조치를 취할 경우 미국 소비자들의 이익에도 어긋난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번 조치는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G-20 국가간 약속을 버리는 보호무역주의 조치라며 WTO 제소를 EU 집행위에 요구했다.
철강 생산량의 40%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 캐나다의 스티븐 하퍼 총리도 29일 '바이 아메리카' 조항을 지적하면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퍼 총리는 오는 2월19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이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조 바이든 미 부통령은 '바이 아메리카' 조항이 보호무역주의가 아니라는 견해를 내놓으며 반박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이날 CNBC와의 회견에서 "(이 조항이) 보호무역주의의 조짐이 있다는 완전한 자유무역주의자들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미국산 제품만 사라는 것이 아니라 일부를 채우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바이 아메리카' 조항의 확대를 지지하는 미국 철강업계 및 노동조합 등은 이 조항이 경기부양책을 통해 외국이 아닌 미국 내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방정환기자/bjh@sn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