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호무역주의 ‘유감(有感)’
2009-02-05 정하영
이미 인도나, 러시아 등이 수입관세 신규 부과나 인상 등의 정책을 실행하기 시작하고 있는 가운데 자유무역의 원조인 미국마저 보호무역으로 급선회하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자동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과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조항이 바로 그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 외의 다른 국가들은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캐나다 하퍼 총리는 “이 제안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유럽산 제품의 (미국 내) 판매와 소비를 금지하는 법안 통과는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못박았다.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마저도 다보스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보호주의가 현재의 금융위기를 심화시키고 지속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내에서도 반대 여론은 적지 않다. 미 상공회의소 역시 “바이 아메리칸 조항이 다른 나라의 무역보복 조치를 불러와 결국 미국 경제의 회복을 지연시켜 일자리를 오히려 감소시킬 것”이라고 비난했다 .
그런데 이런 반대 여론에 부딪쳐 다소 신중한 움직임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2일(현지시간) 미 상원은 본회의에서 경기부양을 위한 투자액을 약 10% 확대하고 ‘바이 아메리칸’ 조항을 철강뿐만 아니라 공산품 전반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 조항의 실행 가능성이 오히려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대미국 철강재 수출은 2008년 기준 연간 259만톤 정도며 우리 전체 수출의 약 11%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1/3 이상을 강관이, 또 포스코 합작사인 UPI에서 주로 차공정용으로 사용되는 열연강판이 또 1/3 정도에 이른다. 따라서 미국이 ‘바이 아메리칸’ 조항을 적용하더라도 직접적으로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이 보호주의로 선회할 경우, 세계 각 국의 보호무역 정책이 봇물을 이룰 것이라는 점이며 세계 최대 철강 수입시장이 막힐 경우 수출시장에서의 경쟁심화, 특히 중국산의 한국 시장으로의 유입 증가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바이 아메리칸’조항이 최종적으로 부칙에 계속 들어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의 보호무역 성향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향후 보조금과 관세장벽, 자국산 우선과 같은 자국 이기주의와 통상마찰의 세계적 확산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우리는 이러한 새로운 국제교역 질서 변화 속에 새로운 생존전략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수밖에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