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일본산 철강재에 현혹되지 말자
2009-02-09 정하영
특히 철강부문에서 세계 2위의 대국인 일본의 철강재 수출가격이 원가를 밑도는 상식 이하 수준에 오퍼되는 불공정 무역행위가 점차 그 수위를 높히고 있다.
그 가격이 덤핑 규정에 충분히 저촉되는 수준까지 내려갔다. 일본산 철강재를 사용하는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 요즘과 같은 어려운 시기에 소재가격이 저렴해진다는 것은 그나마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문제는 자유공정무역의 기본 틀을 깨고 있음은 물론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산업에 적지 않은 피해를 주게 된다는 사실이다. 당연히 반덤핑 제소가 필요한 일이다.
일본산 철근의 수입가격은 최근 톤당 4만4천엔 수준까지 내려갔다. 일본 내 가격은 5만엔 중반대로 무려 1만엔, 원화로는 15만원 정도가 낮은 가격이다. 철근의 덤핑 수준은 그래도 훨씬 나은 편이다.
열연강판의 대한국 수출가격은 지난 4분기 620달러에서 1분기에는 평균 560달러 정도로 낮아졌다. 일본 내수가격이 미세우리(유통점) 기준 9만1천엔, 약 1천달러 수준이므로 이와 비교하면 무려 440달러, 60만원이 저렴한 가격이다.
국내 철강업계 일각에서는 일시적 현상이고 나름 원가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으므로 반덤핑 제소까지 갈 일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우리는 공급부족, 가격상승 기에 일본 철강사들의 행태를 잘 기억하고 있다. 그들은 오랜 거래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국내 수요가들에게 일시에 톤당 200달러 이상의 가격인상을 요구한 바 있다. 또 가격은 그렇다 치더라도 절대 물량 부족이라는 약점을 이용해 공급량을 무기로 가격인상을 관철하는 등 약삭빠른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 그들이 지금 이렇게 저가에 오퍼가격을 제시하는 이유는 가동률을 확보하기 위한 안간힘이 분명하다. 그들은 2000년대 초 중국의 수요급증으로 오랫동안 불을 껐던 고로들을 다시 가동하기 시작했다. 쓰러져가던 그들 철강산업은 운 좋게, 공급능력 확대 미진이라는 우리의 판단 미스를 발판으로 회생했다.
지금 세계 철강업체들은 다시 눈에 보이지 않는 피나는 전쟁을 치루고 있다. 최소한의 가동률을 확보해야 결코 짧지 않은 이번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이번 전쟁은 결국 어느 누가 쓰러져야 마무리될, 또 그러한 구조개편 차원에서 좋은 기회임이 분명하다.
그것을 위해서는 최소한 국내 수요를 지켜내야 한다. 그동안 적지 않은 모순과 불만이 있었더라도 우리 전체 철강산업의 경쟁력과 미래를 위해 일본산 철강재 수입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물론 불황 극복 이후 예전과 같은 모순과 불만을 다시 반복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은 수요가들에게 약속해줘야 할 일이다.
정하영기자/hyjung@sn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