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내성을 강화해야 할 때.

2009-02-09     방정환

중국 춘추시대에서 유래한 고사성어 중에 ‘순망치한(脣亡齒寒)’이란 말이 있다.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다는 뜻으로, 입술과 이의 관계처럼 결코 끊어져서는 안 되는 관계를 가리킨다.

전 세계적인 실물경기 침체 속도가 너무 빠르게 진행되면서 철강업계도 그 파고를 비켜가지 못하고 있다. ‘적자를 볼 수 없는 기업’으로 불리는 포스코조차 1분기 적자가 걱정되는 등 현재 철강업계는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니 자연스레 ‘비용절감’이 최대 당면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경제 불황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비용절감’은 ‘생존’의 기본이다. 벌어들이는 돈이 얼마가 될지 모르니 일단 쓰는 돈을 줄이는 것은 당연하다. 기업비용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인건비. 이 때문에 세계적 기업은 물론 국내 기업들도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비용절감을 위해 사람을 내보내는 것은 불황을 더 길게 할 수 있다.

일자리가 없어진 이들은 구매를 줄일 수밖에 없고, 구매가 줄면 경기회복 속도도 더뎌진다. 살아남은 이들도 언제 자리를 잃을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지출을 최소화해 경기는 더욱 악화된다.

인력 구조조정을 단순히 비용절감의 문제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소리다. 물론 사람을 내보내는 것이 큰 비용을 한 번에 줄일 수 있는 가장 손쉬운 구조조정 중 하나다. 하지만 ‘순망치한’의 고사처럼 구매층을 잃으면 기업도 살 수 없다.

올해 K사는 토요타자동차의 TPS를 자사에 적용한 생산시스템 활성화에 온 힘을 쏟을 계획이다. 이는 원가절감과 불합리하고 낭비적인 요소를 제거하여 경쟁력을 강화하는 생산시스템을 말하는데, 위기 상황에서 단순히 비용을 줄여 ‘버티기’에만 그치지 않고 기업의 내성을 강화해 보다 나은 경쟁력을 갖추려는 적극적인 불황탈출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각고의 노력이 업계 전반에서 실행돼 시황이 호전됐을 때 한 층 높게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방정환기자/bjh@sn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