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강사, 단지 최소 가동률을 유지했을 뿐이고?

2009-02-17     박형호

국내 전기로제강사들의 봉형강류 수출 가격이 국제 시장에서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 수입하는 철근 중 가장 저렴한 중국산 철근 수입 가격이 500달러(FOB) 중반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국산 철근 수출 가격은 460∼480달러(FOB) 수준에 불과하다. 이번달 국내 철근 수입업체들의 수입량은 3∼4만톤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제강사들은 6만톤의 철근을 해외에 수출할 예정이다.

국내 철근 수출 가격이 이처럼 하락한 이유는 국내 봉형강류 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국내 제강사들이 사상 최고수준의 감산에 들어갔다. 제강 설비는 가동률을 극한까지 올리지 않을 경우 고정비가 상승하게 된다. 국내 제강사들은 고정비를 줄이는 차원에서 최소한의 가동률을 유지하기 위해 생산한 제품을 저가에 수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처럼 저가에 제품을 수출하면서 지난주 국내 철근 판매 가격을 올린일은 철근 업계의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철근 수출 가격은 원화 환산시 톤당 68만원 미만 수준. 그러나 국내 업체들을 대상으로 판매 가격은 톤당 78만4,000원(유통업체 공급가격 기준)을 보이고 있다. 톤당 약 10만원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

상황이 이렇게 된데다 13일부로 제강사들은 국내 철스크랩 가격까지 인하하고 있다. "원가는 낮추고 해외엔 싸게 팔고, 결국 제강사들은 챙길 이윤을 다 챙기고 국내 업체들만 비싼 가격에 철근을 구매해야 하느냐"는 원성을 사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다.

고가에 구매한 철스크랩이 투입되고 있기 때문에 원가 상승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제품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 제강사들의 논리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저가 수출 물량에 대해서는 국가적 손해가 아닌가 싶다. 몇 달 동안 원/달러 환율 상승에, 가격 하락 전망 및 수요 감소 등으로 철근 수입업체들은 극심한 경영난을 겪어왔다. 제강사와 수입업체가 파트너 관계라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이럴 때 일수록 오월동주(吳越同舟)해 보는 것은 어떨까.

제강사 입장에서는 국제 시세에 맞게 가격을 조금이나마 올려 받을 수 있을 것이고 철근 수입업체 입장에서는 납기 및 품질 또는 향후 환율 변화에 대한 불안 없이 재고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 아닌가. 굳이 수출해야 할 물량이 6만톤이고 수입해야할 물량이 4만톤이면 4만톤의 물량만이라도 국내에서 흡수되는 것이 국가적으로 볼 때에도 원화를 아끼는 길일 것이다.


박형호기자/phh@sn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