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변동을 매우 빠르게 가격에 적용하자

2009-02-16     김국헌

일본산 조선용 후판가격이 FOB기준 톤당 700달러 선에서 체결되는 분위기다. 현대중공업은 일본 최대 철강사 중 하나인 JFE스틸과 올 2~3분기 공급물량을 이같은 가격에 계약을 맺었다는 후문이다.

지난 반기 JFE스틸의 조선용 후판 가격은 FOB기준 톤당 14만엔이었다. 계약당시 환율을 감안하면 1,400달러에 육박했다. 이것이 불과 반기만에 700달러로 절반이 폭락한 것이다.

중국산 역시 극심한 가격 롤러코스터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후판시장 최대호황이 유지될 시절, 중국산 조선용 후판가격은 톤당 1,400달러(CFR기준)에 달했다. 이것이 올해 2분기에는 톤당 610~630달러로 꼬꾸라졌다.

일본과 중국의 조선용 후판 가격체계를 살펴보자니 매우 합리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매우 빠르게 시황변동을 가격에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단 위와같은 가격인하 상황뿐 아니라 가격인상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중국산 조선용 후판이 톤당 1,400달러의 고점을 찍을 때, 일본산 조선용 후판도 빠르게 이를 뒤따라 갔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국내 철강사들은 시황변동에 가격결정이 매우 굼뜨다는 생각이 든다.

포스코산 조선용 후판 가격은 지난해 3분기 이후 줄곧 톤당 92만원이 유지되고 있다. 물론 한국조선업체들과의 상생을 위해 포스코는 기존가격을 유지한 것이겠지만 일본산, 중국산과 톤당 50달러까지나 낮을 필요까지는 없었다.

동국제강 역시 정확히 시황을 반영했다고는 보기 어렵다. 지난 2월 가격을 톤당 25만원 인하했지만 116만원으로 일본산과 중국산 대비 여전히 높다.

가격변동 체제에서도 한국은 중국, 일본보다 보수적인 모습이다.
일본과 중국 철강업체들은 월 단위로 가격을 변동한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 1인자인 포스코는 분기단위 가격변동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과거 철강경기는 1~2년 주기로 움직였다. 그러다 2007년에는 분기 단위로 움직인다 싶더니 2008년 말과 올해 들어서는 월 단위로 움직인다는 느낌이다.

이렇게 철강경기의 진폭이 극심해지는 추세에서는 시황을 가격에 정확히 반영시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보수적인 가격체계로 인해 득(得)보다 실(失)이 커진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김국헌기자/khkim@sn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