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재, 일본산 수입만 증가한 이유는
2009-02-16 정하영
지난해 12월 반짝 흑자를 기록한 바 있지만,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따른 해외 수요 급감에 따라 또다시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점 중의 하나는 우리나라의 주요 국가별 수출입 동향이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중국과 미국에서 거둔 무역수지 흑자를 일본에 소진하는 그런 무역구조에서 오랜 기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수출이 전년대비 13.6%가 늘어난 4,220억달러를 기록했지만 수입은 무려 22%가 증가하면서 4,353억달러에 달해 133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2007년에 146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국가별로 살펴보면 우리는 중국에서 145억달러, 미국에서 80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에는 차원이 달라진다.
일본에 우리 상품을 283억달러를 수출했지만 수입은 무려 610억달러에 달했다. 일본과의 무역에서 무려 327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2007년 299억달러보다도 또 9.5%, 28억달러 적자 규모가 커졌다.
우리나라는 일본에 반도체, 석유제품, 철강제품, 무선통신기기 등을 주로 수출하고 반도체, 기초산업기계, 철강제품 등 부품/소재들을 주로 수입한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가 많은 제품을 수출하고 있지만 그 제품을 이루는 핵심 소재/부품은 일본에서 상당량 수입해서 충당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 소재 중의 하나인 철강재만 놓고 보더라도 이러한 현상은 극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2008년을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약 2,079만톤을 수출하고 2,894만톤을 수입해 815만톤의 수입초과 현상을 보였다. 2002년부터 물량 기준 적자로 돌아선 철강재 수출입은 매년 그 적자폭이 커지면서 지난해 역시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나마 고급재 중심의 수출로 인해 금액 기준으로 철강재 무역이 적자로 돌아선 것은 2007년부터다. 2007년 7억4천만달러에서 2008년에는 60억7천만달러로 적자폭이 커졌다.
특히 일본의 경우에는 만년 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8년에 일본에 수출한 철강재는 274만톤, 30억달러였지만 수입한 철강재는 939만톤에 97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무역적자는 665만톤, 67억2천만달러에 달한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일은 올해 1월 일본산 수입만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전체 철강재 수출은 16억3천만달러로 18.6% 감소했고 수입 역시 28.1%가 줄었는데 오직 일본에서의 철강재 수입은 10.1%(금액기준)가 증가했다.
일본의 수출 전략이 우리나라에 먹히고 있다는 사실이 실증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규모 무역적자의 지속과 확산은 경제 종속을 의미한다. 대일 무역적자가 현재보다 더욱 확산된다면 우리나라의 경제종속은 돌이키기 어려운 지경이 될 지도 모른다.
핵심 부품/소재 기술력 확보를 통한 근본적 개선과 더불어 일반 소비재, 자동차 등에 대한 일본산 수입은 자제돼야 한다.
특히 철강업계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오직 일본산 철강재만 수입이 증가한 이유에 대해 좀 더 심각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