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가격, 원가논리 시대는 지났다.
2009-02-21 정하영
그런데 김 추기경 장례식 탓인지 언론의 주목도 피해간 듯하다. 아니면 계속 반복되는 비슷한 주장이 이제 여론의 관심을 끌기에는 마땅찮았던 것인지…
여하튼 건자회는 전기로 제강사들이 철 스크랩 등 원료 가격 하락에도 철근 가격을 실질적으로 인상해 부당이익을 거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세부적으로 건자회는 5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철근가격 조절을 위한 협의체 구성, 시장경제 논리에 들어맞는 가격정책 시행, 인위적 감산 철회와 정상적 생산 활동으로 바른 시장질서 유지, 원료 가격 하락 폭만큼의 철근가격 인하, 유통상을 통한 사재기 시도 금지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국민경제와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을 앞세운 주장은 일견 타당성이 있는 듯하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진정한 경제논리를 배제한 아전인수(我田引水)격 주장이 강하다는 판단이다.
우선 철근가격 조절을 위한 협의체 구성은 이미 10여 년이 지난 정부 주도의 가격조정 정책으로 회귀하자는 주장과 다르지 않다. 당연히 시장경제 논리에 들어맞는 가격정책과도 거리가 멀다.
또한, 인위적 감산 철회와 유통상을 통한 사재기 시도 금지는 극도의 자기중심적 판단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철강사의 감산은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불황 극복을 위한 세계 철강사들의 어쩔 수 없는 생존전략이다.
또 유통업체들의 구매 판단은 시장논리에 의해 자유롭게 결정되는 것이지 공급자가 강요한다고 해서 지속할 수 있는 사안이 결코 아니다. 이것과 관련해 지난 1월 말 정부의 철근가격 현지 시장조사에서도 가격은 높다고 볼 수 없으며 가수요는 물론 사재기는 없다는 결론이 내려진 바 있다.
원료가격 하락 폭만큼의 제품가격 인하도 단순히 철 스크랩 구매가격 변화만 놓고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구매시기와 투입시기, 환율 변화, 기타 부자재 및 소모성 자재 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일이다. 불가피한 감산 때문인 가동률 하락과 이에 따른 여타 비용 증가도 포함되어야 한다.
여하튼 이번 건자회의 주장은 그동안 반복된 과거 논리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들 주장의 근거는 원가와 제품 등 가격논리다. 그러나 철근은 다른 어느 철강재보다도 시장이 개방된 제품이다. 따라서 가격 결정은 자본주의 시장원칙, 즉 경쟁의 논리에 의해 결정될 뿐이다. 그 핵심은 물론 수급이다.
국내 철근시장에서 중국과 일본 등 수입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상 이상으로 커졌다. 수입은 지난해 기준 약 150만 톤으로 13%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수급과 가격에 수입재의 기능은 이제 공급의 한 축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원가논리로 가격 조정이 잘못됐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요, 논리적 모순이다. 건자회 시위에 언론이 관심을 보이지 않음은 이러한 모순과 건설업계의 과거 모습에 자성이 필요하다는 일침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정하영기자/hyjung@sn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