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이 없으면 고기를 먹으라굽쇼?
2009-02-25 심홍수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갑자기 이 일화가 생각나는 것은 최근 철근 시장이 비슷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건설업계가 미분양과 부도로 존폐의 갈림길에 섰지만 제강사들은 할인 축소를 내세우며 사실상의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제강사의 가격 정책에 건설사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혹자는 말한다. “국산이 비싸면 수입을 쓰면 되지 않느냐.” 이런 말이 나오기 때문에 기자가 앙투아네트의 일화를 꺼낸 것이다.
물론 수입 철근은 국산 철근을 대체하고자 수입되기 시작했고 철근 수입량이 대폭 늘어나게 된 데는 건설업계의 공로도 큰 것이 사실이다.
현재 수입 철근이 얼마에 수입돼 얼마에 판매되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 “비싸면 수입 써라.”라는 말이 쉽게 나오지는 않을 듯싶다.
일본산 철근의 최근 수입 계약 가격은 톤당 4만6,000엔(CFR) 수준이다. 일본 제강사들의 자국 내 판매 가격이 톤당 8만엔대임을 고려하면 매우 저렴한 가격이다. 이렇게 ‘저렴한’ 철근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비싼 철근이 돼 버린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고, 철근도 대한해협을 건너면 ‘철금’이라도 되는 것일까. 엔화 환율이 1,600원까지 올라선 지금 수입업체들은 오히려 제강사들이 가격을 올리기만을 기다리는 형국이다.
만원도 없다고 쩔쩔매는 친구에게 한 번 이렇게 말해보라. “만원 지폐가 없으면 수표 쓰면 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