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CN스틸 임채욱 사장
"성공할 수 없다면 분리하지도 않았다"
판재류 중심 봉형강류 포트폴리오 확대
풍부한 위기관리능력이 경쟁력
■ 사옥을 이전하면서 사명도 '씨엔스틸'로 변경했는데.
- 그동안 대왕철강과 충남강재는 한 회사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했다. 사옥을 이전하면서 새롭게 출발한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 알다시피 씨엔(CN)은 충남의 약자다. 충남강재의 초심을 잃지 않으면서 새롭게 시작한다는 각오를 나타내고 싶었다.
■ 새 출발에 대한 부담은 없나.
- 물론 어려움은 있을 것이다. 사명을 바꾸면서 사실 신규업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했다. 신규업체에게는 패기와 강한 경쟁의식이 있다. 선대부터 철강 유통업계에서 치열한 경쟁을 거치며 성장해왔고 지금도 경쟁을 피할 생각은 없다. 성공할 자신이 없었다면 애당초 회사를 분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 당초 예상보다 분리 작업이 조금 지체된 감이 있다.
- 아무리 조그만 회사라도 분리 작업이 쉬운 일이 아니다. 대왕철강이나 충남강재가 큰 회사라곤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간단하게 처리하지 못할 문제도 많을 것이 아닌가. 또 분리 이후의 사업성을 검토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대왕철강이나 씨엔스틸이 모두 잘 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또 그런 방안을 찾다보니 생각보다 좀 늦어지게 된 것 같다.
■ 이번 분리에 대외 활동에 적극적인 임채홍 회장과의 경영상 의견 상충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 임채홍 회장과는 예전부터 '환상의 콤비'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내실에 주력하는 경영에 능하다는 평을 받아왔는데 이것이 임 회장의 적극적인 대외활동과 잘 어울려 좋은 성과를 냈던 것 같다. 회사를 완전히 분리한 것은 지금 어떤 문제가 있기보다는 장래를 겨냥한 포석이라 할 수 있다. 2세 경영을 위해서라도 언젠가는 필요한 작업이었다.
또 두 회사가 한 회사처럼 운영되는 것도 쉽지만은 않다. 대왕철강이나 씨엔스틸이 각각 분리 운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의 경쟁의식이 높아지지 않은 점도 영향을 줬다. 이번 분리를 통해 임직원들의 각오를 새롭게 하고 경쟁의식을 고양시키려는 의도도 있다.
■ 씨엔스틸의 경영자지만 대왕철강에 기여한 공로도 적지 않은데.
■ 씨엔스틸의 홀로서기에 어려운 점은 없었나.
- 이번 작업은 예전부터 충분히 준비해왔다. 특히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해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재고 면에서도 1월부터 재고를 매입했으며 매입도 1분기까지 시장 상황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국산 중심으로 해왔다. 이 같은 노력으로 제조업체들도 씨엔스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씨엔스틸로 변경 후 취급 품목에 특별한 변화가 있나.
- 일단 판재류뿐만 아니라 봉형강류도 취급할 계획이다. 이미 형강 재고도 확보해놓은 상태다. 특히 H형강의 경우 작년부터 취급해와 큰 문제는 없다. 포트폴리오 면에서 보면 아무래도 열연코일과 후판이 중심이 될 것이다. 이제 새로 시작하는 단계인 만큼 아직 언급할 단계는 아니지만 앞으로 가공 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조만간 후물 가공설비를 도입할 예정이다.
■ 업계에서 '일 중독자'로 알려져 있는데.
- 선대에서부터 일을 배우다보니 자연스럽게 몸에 뱄다. 제재소 사업을 하다 한계를 느끼고 서울로 올라와 철강 유통업체를 키우게 됐는데 그 때 그렇게 지독하게 일을 배우지 않았으면 이렇게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때는 퇴근 때도 장부를 싸들고 가서 집에서 정리하곤 했는데, 요즘은 직원들에게 맡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불안한 감도 있었지만 사소한 업무에서 손을 놓고 나니 아무래도 시야가 한층 넓어진 것 같다.
골프도 사업하다보니 필요해서 뒤늦게 배웠다. 예전엔 일만 했는데 그나마 골프를 시작해서 요즘엔 골프와 일만 한다.(웃음)
■ 씨엔스틸만의 경쟁력이 있다면.
- 무엇보다 풍부한 위기관리능력이다. 씨엔스틸은 이미 두 차례의 위기를 잘 견뎌낸 경험이 있다. 원래 충남강재는 한보철강의 대리점이었는데 한보철강이 부도났을 때도 사전 대비를 통해 위기를 극복했으며, 주거래 은행이었던 춘천은행이 퇴출될 때도 유동성 확보를 통해 살아남았다. 현재는 IMF의 복습이라고 생각한다. 풍부한 경험을 통해 어떤 어려움이라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확보하고 있으며 직원들도 동요 없이 경영진에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다.
■ 올해 경영목표는
- 지난해 충남강재 매출액은 820억 정도였다. 올해는 1,000억원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무턱대고 목표만 크게 잡는 것보다 안정이 최우선이다. 어렵다는 말이 많지만 지금 같은 위기야말로 기회라고 생각한다. 대왕철강이나 씨엔스틸이나 모두 배수의 진을 쳤다는 마음가짐으로 노력하고 있다. 안정된 기반을 발판으로 대한민국 최대의 유통업체를 만들어 보이겠다.
심홍수기자/shs@sn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