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포스코 회장의 ‘상징적 행보’
2009-03-04 정하영
취임 일성(一聲)에서 정 회장은 열린·창조·환경 경영을 강조했다. 그 중 가장 첫 번째인 열린 경영을 강력히 실천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사내외에 선언한 것이라 생각된다. “고객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소통과 신뢰를 확대해 나가는 열린 경영을 경영이념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확고하게 보여주는 일이라 하겠다.
국내 최대 철강사인 포스코의 향후 마케팅 전략이 진정 고객 중심으로 변화되어 갈 것이란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일이라 생각돼 자못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솔직히 과거 철강사, 특히 일관제철소들의 마케팅 정책은 상당히 경직되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웃 일본 최대 철강사인 신닛데츠(NSC)만 보더라도 그들은 이러한 경직성을 “제철소답다”라는 표현으로 대변했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이 표현은 제철소가 작은 이익을 찾아 조변석개(朝變夕改)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반대로 부정적 측면에서는 수요가들의 요구와 요청에 가볍게 변하지 않는다는 ‘무게감’을 의미했던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시대와 환경의 변화는 이제 철강사들에게 “제철소답지 않음”을 요구하고 있다. 글로벌화와 경쟁심화는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지 않는 철강사의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형적인 내수 품목인 수입 철근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이미 2자리수를 넘어섰고, 도요타의 포스코 제품 구매결정과 같은 것들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이런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철강사들의 마케팅 전략과 대고객 자세는 엄청나게 변화하고 있다. 물론 포스코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최근의 불황은 철강사들에 있어 고객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국내 철강업계 일각에서는 무려 연간 3천만톤에 육박하고 있는 수입수요만 국내 제품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현재의 어려움은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인 측면에서, 이를 대하는 수요가들의 반응은 대체로 냉담한 편이다. 그 주된 이유는 상황이 호전되었을 때, 과연 지속적인 물량 공급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결국 그동안 현실적으로 마케팅이라기보다는 분배에 가까웠던 국내 철강공급 패턴, 그리고 부족물량을 수입에 의존해왔던 관행이 초래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상당히 다르다는 생각이다. CEO가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나섰다. 고객 중심의 마케팅 전략을 실행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대외는 물론 회사 내부에 의미있게 시사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정준양 회장의 행보, 그리고 경영방침에 국내 철강 및 수요업계가 호흡을 함께 해야 할 필요성은 너무도 크다는 판단이다.
철강사와 고객인 수요업계가 진정한 신뢰와 협력의 관계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어주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