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사 전자상거래 제대로 되고 있나

2009-03-09     정하영

철강금속 업계에서 전자상거래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실제 실행에 나섰던 것은 2000년도로 기억된다. 그 해 6월 미국 뉴욕에서열렸던 철강성공전략회의의 주요 관심도 B2B 방식의 전자상거래였다. 2010년 전 세계 철강 소비량의 45.8%가 전자상거래로 거래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당시 메탈사이트(Metalsite)니 이스틸(e-steel)과 같은 철강 전자상거래 사이트는 유행과 같이 업계에 회자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2000년 전자상거래는 급속 확산되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30여개에 달하는 철강금속 마켓플레이스가 설립되기도 했다.

마치 ‘황금알을 낳는 거위’ 라는 관심을 받으면서 너도나도 철강금속 B2B 마켓플레이스를 개설했기 때문이다. 당시 철강금속 마켓플레이스는 설립 주체에 따라 크게 4가지로 나뉘어졌다. 제조업체, 종합상사, 유통 및 가공업체, 그리고 협회 등 단체가 그것들이다.
하지만 그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결국 동화 속 주인공으로 마무리되고 있는 듯하다.

그 많았던 사이트 중에서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 유지되고 있는 것은 철강금속 제조업체들의 사이트 몇 군데와 유통가공 부문에서 오리엔트 된 1~2개 업체에 불과하다.
철강금속 제품의 속성상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전자상거래가 부합하지 않는 면이 많았다고 판단된다. 주문과 가공, 재고, AS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요구되는 거래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는 탓으로 보인다. 특히 단순한 수수료나 회원제 운용으로는 말 그대로 수익모델 창출이 어려웠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로 판단된다.

여하튼 정부의 적극적인 진흥 정책에도 불구하고 철강금속 분야에서의 전자상거래는 현재 특정 분야에 한정되고 있다. 바로 철강 제조업체들의 판매 보조적인 역할이다.  그런데 이 철강 제조업체들의 전자상거래 사이트의 운용이 과연 제조업체나 실수요가, 또 유통가공업체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나 잘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현재 철강 제조업체들의 전자상거래는 대부분 실수요가 직거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정품에는 다소 부족하지만 수요가에 따라 사용에 무리가 없는 B, C급 제품, 주문을 초과해 생산된 주문외 제품, 장기 체화 재고 등에 대해 최종 수요가가 판단에 따라 이를 다소 낮은 가격에 구매해 직접 사용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 유통업체들에는 참가자격을 주지 않고 있는 것이 통상적인 경우다.

하지만 이런 실수요가 직거래의 경우에도  80% 정도는 실수요가를 가장한 유통업체가 개입하거나 단순 전매 형태로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 시장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이런 거래의 경우 기존 유통체제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부작용만 일으킨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결국 철강금속 전자상거래는 적지 않은 한계를 노정했다. 더불어 우리는 유통부문의 강화가 눈앞의 과제다. 그런데 현재의 제조업체 전자상거래는 이러한 추세를 역행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차제에 이에 대한 면밀하고 미래지향적인 검토와 개선이 요구되는 이유다.

정하영기자/hyjung@sn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