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버티기’ 전략의 필수 조건
2009-03-11 정하영
철강의 경우도 당초 1분기 말에 조정을 끝내고 점차 회복이 가능할 것이란 희망은 3월로 들어서면서 흐려지는 분위기다.
세계 경제의 U자형 불경기 지속이라는 대세 속에 국내 철강경기의 회복 시점도 1~2분기 더 늦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징조가 시장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치솟는 환율로 철강재는 물론 우리가 생산하는 제품들의 수출경쟁력은 크게 올라갔지만 세계적인 수요 침체와 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각 국의 경쟁적인 수출확대 정책으로 환율 효과도 얻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굳이 거시지표인 경제성장률이나 수출 동향 등을 살펴보지 않더라도 실질경기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곳이 제조업체들이 모여 있는 공단의 분위기다. 최근 남동공단의 가동률은 47% 수준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공단 관계자에 따르면 IMF 때 평균 67%였는데 지금은 그 때보다도 훨씬 못하다는 이야기다. 공단 입주업체들은 현재 그야말로 생존 차원의 ‘버티기’에 돌입해 있다.
또 한 가지 사례로, 매입가 이하로 판매를 하지 않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는 포스코 열연SSC조차 최근 공장도 가격 이하에 판매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재고는 급증했는데 수요는 크게 줄었고 향후 가격은 하락할 것이 확실하다는 판단이 매입가 이하 판매라는 특단의 조치를 가능케 한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이 또한 불황 극복을 위한 ‘버티기 전략’의 일환이라 생각된다.
현재 이런 생존전략은 중소업체에 그치지 않고 있다. 대부분 대기업인 철강금속 제조업체들 역시 감산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동원하고 있다. 가동률을 극단적으로 낮추고 비용절감 등 인고(忍苦)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런 ‘버티기 전략’은 생존을 위한 마지막 카드이자 어떤 면에서 불황 이후 호황을 대비한 전략임에 틀림없다.
경제는 분명 내리막이 있으면 다시 상승하기 마련이다. 그 시간이 길고 짧음의 차이는 있지만 불황을 이겨낸 자에게는 호황을 만끽할 기회가 주어질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 ‘버티기’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생존을 위해 최소한 국내 수요는 지켜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 대표적인 품목이 열연강판인데 최근에도 열연강판 수입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일본산의 경우 스미토모금속과 같은 새로운 업체까지 가세하면서 수입이 계속되고 있음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이유가 단순히 가격만은 아닌 것 같다.
내수만은 지켜야 한다는 절대절명의 필요조건이 성립되지 않는 이유가 뭔지 해당 공급자나 수요가 모두의 새로운 인식과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 수 없다.
두 번째로 나 홀로 버티기를 성공한다고 해서 돌아올 호황을 만끽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이 대기업인 철강금속 제조업체들에게는 적지 않은 협력업체들이 존재한다. 이들과 함께 생존해야 곧바로 경기 호전에 대응할 수 있다.
버티기 대상 안에 과감히 협력업체들을 포함시켜야 한다. 그것도 시급하게…
정하영기자/hyjung@snmnews.com